창조도시가 세계적으로 부각되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2004년 히로시마시가 도시전략으로 채용한 이래 순식간에 많은 도시들의 도시전략이 되었다. 창조도시 붐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현상은 ‘국민국가로부터 도시로’ 라는 21세기 커다란 패러다임의 전환에 근거하고, 급격한 글로벌화와 지식정보경제화라는 큰 파도가 도시의 경제적 기반을 뿌리채 재편하게 된데 기인한다. 산업공동화와 재정위기에 직면한 많은 도시들은 기존의 개발주의로부터 탈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창조도시의 붐’은 지난 10여년간 아시아 지역에 있어 크게 증가되었다. 1997년 아시아 통화위기의 탈출을 문화산업의 진흥으로 극복하고자 한 한국은 국가 정책으로 우선 서울, 부산 등에 창조도시 정책을 전개하기 시작하고, 인천, 춘천 등 지방도시로 확대되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지켜본 홍콩과 싱가포르는 창조산업에 관심을 높이고 적극적으로 창조도시론을 수입하게 된다. 더욱이 올림픽과 세계박람회를 치룬 중국의 북경시과 상해시는 디자인과 패션, 현대미술과 창조산업의 진흥정책에 관심을 높이게 된다. 제조업 중심의 공업화의 전개와 대도시에서의 창조경제화라는 2개의 트렌드가 동시에 진행되는 특징을 갖게 된다.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창조도시의 붐이 표면적으로는 마무리된 것처럼 보이나 창조도시 만들기는 사실 지금부터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달려있다. 사실 창조도시라는 새로운 도시모델은 예술문화가 갖는 창조성을 신산업과 고용창출에 접목하고 주거문제나 환경문제가 생겨나는 도시를 다면적으로 재생시키는 시도로서 커다란 성과를 얻게 된다.

창조도시는 시민의 활발한 문화활동에 의해 선도적인 예술과 풍부한 생활문화를 육성하고 혁신적인 산업을 진흥하는 창조적 공간이 풍부한 도시인 것이다. 온난화 등 글로벌한 환경문제를 지역사회의 뿔뿌리 시민에 의해 지속적으로 해결하는 힘이 충만한 도시이다.

종래의 산업기반 중심의 물리적 시설건설 중심의 도시창조와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고도경제성장기를 통해 확립되었던 개발주의적 도시창조는 해수면을 매립하고 산림을 벌채하고, 공장용지를 정비하고 대기업을 우선적으로 유치하고 커다란 국제공항과 고속도로, 지하철 네트워크를 정비하는 전형적인 발상에 있다.

그러나 글로벌화는 그러한 과거의 성공체험과 전형적 발상을 더 이상 허락하지 않는다. 대기업은 스스로 글로벌화 전략에 기반하여 중추관리기능과 연구개발, 광고부문 등에 창조적 인재를 집적하는 세계도시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 대량생산형 주력공장이 노동력이 싼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로 이전되자 지방공업도시는 심각한 산업공동화와 실업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대한 타개책이 창조도시인 것이다.

 


창조도시로의 전환이 성공적이었는지 여부는 종래 개발주의적 도시창조 노선으로부터 단절하고 새로운 도시비전과 도시정책의 전환이 이루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창조도시 전략이 성공하는 조건은 도시 고유의 문화전통과 자연환경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재평가하여 독창성을 확립하는데 있다. 도시 고유의 역사와 전통에 주목하는 경우에 도시의 여러 가지 고유성을 잘 분석하여 정책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행정이나 일부 대기업에 의존하는 문화정책이 아니고 광범위한 시민과 다양한 주체에 의해 지탱되는 문화창조를 축으로 창조도시 만들기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문화정책을 산업정책과 환경정책, 도시계획을 융합하여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때 문화정책을 관광정책이나 산업정책의 도구로 한정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창조도시의 진전은 새로운 창조적 도시비전과 과제를 정립하고 뿔뿌리 시민 조직에 의해 지속적이며 안정되게 진행하는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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