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애(충북대 교수)

 

 노랗게 변해가는 은행잎들 사이로 커다란 소나무가 더욱 푸르게 대비를 이룬다. 옆에 선 벚나무도 붉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여러 색깔의 코스모스가 바람에 하늘거린다.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다니는 코발트색 높은 하늘도 가을의 낭만을 노래하기에 충분하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랑의 기쁨이란 멜로디가 오늘은 더욱 감미롭게 들린다. 운치 있는 가사의 아름다운 선율이 그립고, 누군가의 그림을 감상하고 싶어지는 가을이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설렘이 어느새 머릿속에서 오롯한 산책길로 발길을 재촉한다. 직장인들이 가을에 가장 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여행이라는 한 조사 결과에 고개를 끄덕이며, 4계절의 변화를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행복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한다. 
   10월을 맞아 대학가에도 학생들의 축제가 열리고 있다. 바쁘게 쫒기는 학교생활의 긴장과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 강의실 밖 풍경이 가을의 정취를 한껏 돋구어준다. 전공과 별개의 동아리 활동을 통해 길러온 다양한 역량을 발산하는 젊고 활기찬 학생들의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좋아하는 일을 맘껏 펼치면서 학업과 취업 준비에 필요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재충전 하는 축제 분위기에 절로 힘이 솟는다.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창의공동체답게 흥청거림으로 빈축을 샀던 축제가 아니라 참신한 아이디어와 상품들로 이목을 끄는 것이 많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부스도 제법 눈에 띤다. 이만하면 성공한 가을 축제인 셈이다.
   지방자치시대가 되면서 지역마다 크고 작은 축제가 수시로 열린다. 특색 있는 주제와 볼거리, 먹을거리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축제도 많다. 계절을 대표하는 꽃 축제, 수려한 경관과 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문화?관광축제, 제철 과일이나 농수산물 등으로 구미를 당기게 하는 특산품 축제, 지역의 주력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산업축제 등 셀 수 없이 많다. 지역민들에게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 장터가 되어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부분도 많다. 더 나아가 엑스포와 같은 국제 행사는 한국을 알리고 국가 경제의 위상을 높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지역 축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인지도도 높아지고 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있지만  ,막대한 비용과 시설에 투자한 만큼 모두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일회성, 소비성 축제로 지역민들에게 조차 외면당하고 세금만 축내지 않는지 되돌아 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전국적으로 무수한 지역 축제가 개최되고 있으나 대부분 봄과 가을에 집중되어 있다. 지역 특산물을 홍보하는 축제는 수확시기에 맞추어 거의 가을에 열리며 시기도 비슷하여 개최장소를 찾아다니기 바쁘고 어쩌다 보면 방문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주어진 예산으로 행사를 진행하기엔 공간과 전문 인력의 확보나 홍보 등에 어려움도 많을 것이다. 아직은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할 만큼 여건이 성숙되지 않아 대부분의 축제가 행정기관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점도 지역 축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참여의사가 있는 주민들이 소외되거나, 자칫하면 실적위주의 형식적인 축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군 단위로 개최되는 지역축제를 좀 더 광역화하여 소규모 축제를 통합한다면 전문가를 공동 활용하여 체계적으로 행사를 기획해 축제를 더 효율적으로 개최할 수 있다. 충북지역의 농산물 축제도 과감하게 통합하고 알찬 내용을 가지고 각 지역을 일정기간 순회하는 것도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물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직하고 안전한 택배 시스템 도입을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짧은 축제기간 사용할 공간 조성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축제 후 썰렁하게 방치되는 것도 문제이다. 일회성 축제장 대신 축제가 끝나도 지역주민들의 휴식이나 문화 예술 공간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상설 축제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주변의 교통체증과 주차난도 즐거운 축제를 방해하는 요소이다. 원거리에 주차하고 도보이동을 유도하는 것이 축제장을 찾는 손님에겐 불편한 일이다. 축제기간 대중교통이나 셔틀버스의 노선과 운행 빈도를 늘려 쾌적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입장권 판매를 단체에 의존하고 축제 방문객 수를 내세우기보다 내용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국제적 행사도 내국인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게 내실을 기하여 세계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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