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5회 째인 음성품바축제가 19일 4일간 일정을 마무리 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기자는 15년 전 개최된 1회 전국품바축제가 떠올랐다.
당시 기자실에서 품바축제를 음성에서 개최한다는 보도 자료를 받고 당황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품바는 아무리 잘 포장해도 거지일 수밖에 없는데 거지축제를 연출 한다는 것에 의아해 했기 때문이다.
꽃동네 설립의 계기가 된 거지성자 최귀동 할아버지의 인류애를 축제로 연계시켰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가 갔다.
1회 전국품바축제는 당시 전국적으로 폭풍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방송사와 모든 언론이 기사화했다.
그렇게 시작된 품바축제가 올해로 15회를 맞아 아직도 식지 않은 관심을 끌며 고정 관람객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품바축제는 품바공연과 품바왕 선발 등이 주류를 이루는 재미 위주의 축제로 정착된 것은 사실이다.
비애와 한을 사랑으로 승화시킨 각설이패를 조명하고 최귀동 할아버지의 숭고한 인류애와 박애정신으로 이기주의와 탐욕스런 병폐를 치유하고자 했던 당초의 취지를 다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매년 수천 개의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리고 있다.
거의 모든 축제가 많은 사람을 끌어 모아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축제를 지향한다.
물론 축제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사람이 축제장을 찾아와야 한다.
오늘날 경쟁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축제는 오락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역사성이나 개성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이벤트사에 의해 판에 박힌 프로그램으로 추진되면서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민의 삶이, 우리 조상들의 삶이 접목돼 있지 않은 축제는 축제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방문객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은 주인이 빠진 행사성 이벤트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음성품바축제는 현재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품바 특유의 신명과 흥을 배가시키고 여기에 사랑과 나눔을 더해 ‘LOVE 품바 페스티벌’로 올해 축제를 추진했다.
음성천 주변의 굴다리에는 어려웠던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주점, 극장, 양품점, 구멍가게 등이 들어서는 100여m 길이의 ‘6070 추억의 거리’가 꾸며져 향수를 불러왔다.
소규모 무대를 꾸며 관광객과 함께하는 품바 공연, 코믹쇼, 아코디언 연주, 차력쇼, 연극 등을 통해 1960∼1970년대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리 아래서 거지생활을 경험하는 품바체험 프로그램도 눈길을 끌었다.
축제를 찾는 사람들에게 추억을 제공하는 장소로 탈바꿈시켜 또 다른 볼거리를 선보인다는 것은 모험이다.
올해는 고정관념을 뒤로하고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은 축제의 본질을 높이겠다는 추진위원회의 야심한 포부로 볼 수 있다.
품바움막짓기 경연대회는 1회 축제 때부터 해온 품바축제의 상징이며, 품바복장으로 움막에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활용한 것도 관심을 끌었다.
전국의 사할린동포 1200명을 대상으로 ‘사할린 동포! 사랑과 나눔의 음성품바를 만나다’ 행사는 음성인의 따뜻한 정을 전해주기에 충분했다.
최귀동 봉사대상을 전국 공모로 선정해 시상 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번 축제는 진화된 축제로 거듭났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지역 주민이나 지역의 향토성이 배제되는 축제가 아니라 지역의 개성과 역사성을 바탕으로 저절로 흥겨워지고 그 삶 속에 녹아나는 축제로는 미흡했기 때문이다.
이끌어가는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좀 더 깊이를 채우고 고유의 색을 입히는 작업이 우선돼 야 된다.
여기에 단순한 흥밋거리로 잊혀지는 축제가 아니라 사랑을 나누고 전하며 확산시키는 노력이야 말로 축제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이다.
품바 축제가 최귀동 성자의 숭고한 사랑을 전파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품바축제의 경우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다양한 축제의 난무 속에서 신명과 한, 웃음과 눈물, 사랑과 나눔이 공존하는 품바축제로 만들어야한다.
신명나는 품바공연이 품바폭소탄으로 투하되고 어려웠던 시절 우리네 삶이 눈물로 다가오며 웃음의 미학, 눈물의 카타르시스가 함께하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
음성품바축제는 관심을 가져볼만 한 축제임에는 분명하다.
예술은 창조적 모방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내년에도 진화하는 음성 전국 품바축제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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