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별법안 제정을 둘러싸고 정쟁에 치중, 수개월간 개점휴업한 국회가 안일하고 형식적인 국정감사로 비난을 더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 7일부터 2014년도 국정감사에 돌입, 27일까지 사상 최대 규모인 672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 중이다.
국감 기간이 20일이다 보니 하루 평균 34곳 정도가 진행되는 셈이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에 대해 벌이는 감사 활동을 벌여, 잘못된 문제를 개선토록 하는 국회의 주요 기능 중 하나다.
여야는 그동안 정치권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 이번 국감을 앞두고 민생국감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번 국감을 △민생안전 △국민안전 △경제활력을 위한 국감으로 규정하고 국가 개혁 논의의 장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맞서는 새정치민주연합도 △세월호 △민생 △인사 △민주주의를 국감 4대 기조로 제시하고 철저한 정책국감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같은 여야의 다짐과는 달리 국감 기간 동안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국민적 질타를 받을 일만 생겨나고 있다.
무분별한 증인 채택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간 신경전을 벌이는가 하면, 국감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간 말싸움으로 눈총을 사기도 했다.
주한 외국대사관 국감에 나선 이들은 뮤지컬을 관람하는가 하면, 세월호 유가족 폭력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은 대사관 주재관들이 국회의원들에게 인사를 안한다며 권위를 내세워 “내가 누군줄 아느냐”는 권위의식을 또 한 번 드러냈다.
국정감사 기간 동안 피감기관이 국회의원들에게 제출하기 위한 자료 제작에만 무려 40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대부분 자료는 국정감사에서 다뤄지지도 못한 채 폐기처분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욱이 이번 국감 기간 동안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만한 사안들이 여느 해보다 적었다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국감 준비에 안일하고 소홀했다는 방증이다.
야당은 국감이 종반전으로 접어들면서 터져나온 판교 공연장 참사를 계기로 안전 문제를 다시 끄집어내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정치적 목적에 혈안이고, 여당은 이번 참사에 대한 문제점을 점검하되,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없도록 방어에 치중하고 있다.
민생 국감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던 여야는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이번 국감 기간 동안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두드러진 사안은 또 무엇인가.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정쟁으로 수개월을 허송세월한 국회라면, 적어도 밤을 새워 고민하고 분석해서 이번 국감에 임했어야 옳다.
부여된 책무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국회가 무엇을 지적하고 누굴 호통치며 무엇을 개선하라고 요구할 자격이나 있는지 묻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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