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안전을 무시하다 발생하는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래서는 우리 사회가 과연 안전해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아직도 사회 곳곳에 안전 사각지대가 얼마나 많은지를 27명의 사상자를 낸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로 알 수 있다. 이번 사고는 인파가 몰리는 야외 공연에서 위험한 환풍구 위로 사람이 올라가도 막을 안전요원이 없었고, 환풍구 덮개가 사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어떻게 이런 참변이 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어이가 없는 사고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언제라도 이런 사고가 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예고된 인재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공연은 안전과 관련한 규정도 없는 중소규모 야외 공연이었다. 환풍구는 안전기준도 없어서 사람들이 올라설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두 가지 모두 안전 사각지대였던 셈이다.
이번 같은 규모의 야외 공연이나 소규모 축제에는 주최 측이나 관련 당국이 어떤 안전규정을 지켜야 하는지 관련 매뉴얼도 없다고 한다. 정부는 2008년 안전요원이나 비상구 등을 규정한 '공연장 안전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이는 실내공연에만 해당돼 야외공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소방방재청이 2006년 만든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도 있지만 이는 3000명 이상 모이는 행사가 대상이어서 예상 관람객 1000명인 이번 행사는 여기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경찰은 판교테크노밸리축제가 3000명 이상 모이는 공연이나 폭죽 사용 같은 위험한 행사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고 보고 안전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니 안전요원도 없이 행사가 진행돼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중소 규모 야외공연이나 지역축제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안전문제를 내버려둬도 될 일인지 이번 사고는 다시 생각하게 한다. 환풍구도 안전 사각지대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전국에 수많은 환풍구가 있지만 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지하철 환풍구 등을 제외한 건물이나 지하주차장 등에 딸린 환풍구는 안전기준도 없는 실정이다. 환풍구 덮개가 무게를 얼마나 견뎌야 하는지에 관한 하중 기준은 물론 주변에 위험 또는 경고 표시를 해야 한다는 것 같은 규정도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 사고는 철저하게 안전 사각지대에서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21일은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난 지 20년 되는 날이다. 3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성수대교 붕괴는 성장에만 매달린 우리 사회가 그전까지 도외시한 안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한 참사였다. 이 사고를 계기로 강화된 교량 안전관리 체계가 도입된 것은 물론 전국 시설물의 안전을 관리하는 한국시설안전공단이 생기고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도 제정됐다. 그 이후에도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사고는 이어졌고 그때마다 드러난 문제점을 중심으로 안전조치는 강화돼 왔다. 그럼에도 세월호 참사와 이번 환풍구 추락 사고처럼 우리 주변에 안전 사각지대가 여전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설마' 하는 생각이 결국 안전을 파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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