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재정 상태 외면…불요불급 권위주의 비난

-4개월 파행 충북도의회 수백억 청사 신축엔 한 뜻
이언구 도의장 기자회견에 여야 원내대표 배석
충북도교육청에 “중앙초 부지 교환 협조” 압력
충북도 재정 상태 외면…불요불급 권위주의 비난

원 구성을 둘러싸고 4개월여 동안 파행 운영돼 온 충북도의회가 청사 신축에는 한 목소리를 내 빈축을 사고 있다.
더욱이 충북도의 재정자립도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은 물론 불요불급한 청사 건립을 수백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데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이언구 충북도의장은 22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임병운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인 이광희 의원 등이 배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도청과 근거리에 있고 의회와 집행부의 원활한 협조체제 유지가 가능한 중앙초등학교에 도의회 청사를 건립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학교를 리모델링할 경우 30억원, 신축한다면 200억원의 도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중앙초는 초대 도의회 의사당이 있었던 역사적인 장소"라며 "이시종 충북지사는 청사가 조속히 건립될 수 있도록 도유지인 충북체육고 부지와 중앙초 부지의 교환을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병우 교육감에게도 "도의 공유재산 교환 협의에 적극 임해 달라"고 촉구했다.
중앙초는 내년 상반기 중 청주 율량2택지개발지구로 이전할 계획으로, 도교육청은 이 곳을 다문화가정교육지원센터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같은 도의회의 의회 청사 신축 방침과 관련,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은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와 도의회의 예산 심의·의결 권한을 지닌 도의회가 내년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의회 청사 건립 추진을 요청, 이를 거부할 경우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괘씸죄’에 걸려 예산 심의에 난항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중앙초 이전에 따른 다문화가정교육지원센터 설치 계획을 추진중인 도교육청 역시, 도의회가 신청사 건립 부지로 중앙초 부지를 요구하는 바람에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이다.
도와 도교육청은 이같은 도의회의 청사 신축 추진 요청에 대해 “현 단계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는 말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같은 도의회의 독립청사 신축 추진에 대해 도의회 안팎에선 충북도의 재정자립도가 28.81%로 전국 평균 46.9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데다, 부채비율도 전국 평균보다 30% 이상 많은 열악한 재정 상황을 감안할 때 수백억원의 소요되는 청사 건립은 불요불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원 구성을 둘러싸고 맞서면서 4개월여간 도의회를 파행시켜온 여야가 자성은커녕 해외연수 추진과 의정비 인상에 이어 독립청사 건립 등 주민정서와 동떨어진 의회 이기주의와 권위주의 행태에는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도의회에 대한 주민의 요구와 기대를 외면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도의회는 전국 광역의회 중 충북도의회만 유일하게 독립청사가 없는 데다 현 청사 규모로는 토론회나 외빈 영접 등에 필요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지금까지 도의회가 주최하는 토론회에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은 전례가 없는 데다, 외빈 영접 과정에서도 공간 협소로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없는 만큼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의회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독립청사 신축 등 외형적 위상이 아닌, 주민 여론을 대변하는 대의기관으로서 전문성·자질 항샹 등 내실 강화와, 여야간 정치적 갈등 초월 등 지방의회의 본질적 책무를 다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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