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 시노드' 문서작성 참여…"최종문서에 안 들어간 사안도 계속 논의"

▲ 강우일 주교

"초안에서는 동성애를 환영했다가 나중에 바꿨다고 하는데 초안에도 그런 내용은 없었습니다. 동성애를 환영한 게 아니라 동성애자들을 교회 안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지 논의하자는 것이었어요."

지난 5∼19일 바티칸에서 열린 천주교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3차 임시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큰 논란이 됐던 동성애 관련 논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기본 입장은 타고난 그런 성향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이성애적 성향을 가진 사람과 똑같은 인간이고 교회가 감당해야 할 하느님 백성의 일원이라는 거죠. 그들을 차별하거나 단죄해선 안 되며 교회 식구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 입장에서 볼 때 동성애적 성향과 동성애자들의 실제 결혼은 차원이 다르다고 강 주교는 강조했다. 동성애자들의 '결합'은 교회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다.

"교회로서는 동성애자들의 '결혼'은 결혼으로 볼 수가 없어요.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평생 함께하는 겁니다. 동성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도록 법적으로 보장해 주는 건 인간으로서 정당하고 올바르게 성장할 권리를 빼앗는 겁니다. 아이는 엄마에게서 태어나 엄마 젖을 먹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면서 인간관계를 배워 갑니다.“

동성애 관련 부분은 이혼이나 재혼 한 신자의 영성체 참여 문제와 함께 최종 보고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문제에 주교들의 반 이상이 찬성했지만 공식문서 채택 요건인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지는 못했다.

강 주교는 동성애 문제에 관해 "여러 오해를 부를 수 있으니 정식 문서로 채택하는 데 거부감을 느낀 주교들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혼자와 재혼자 문제에는 "결혼의 단일성, 불가해소성의 두 가지 대원칙을 허물자고 생각하는 주교는 한 명도 없었다"며 "이런 원칙은 지켜가더라도 결혼생활에 실패한 부부들을 무작정 교회 바깥으로 내몰거나 모른 척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일 아니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최종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일부에서 동성애와 이혼자 문제 논의 자체가 폐기된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

강 주교는 "최종 문서에서 제외됐다고 논의에서 배제된 게 아니다. 발표에서는 제외될지 몰라도 교황에게는 모든 논의 내용이 보고된다. 교황께서도 모두 내용이 지역교회가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노드의 최종 문서를 작성할 교부로 임명한 6명에 포함됐다.

"제 이름이 왜 들어갔는지 지금도 모르겠어요. 처음엔 잘못 들었나 했어요. 제가 발언한 다음에 임명됐는데 아마도 아시아 쪽에 아무도 없어서 한 명 집어넣은 거 같아요.“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 주교의 발표 내용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발표가 끝나고 의장단 좌석 앞을 지날 때 교황은 "오늘 좋은 얘기했다"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강 주교가 발표한 내용은 인류의 기본 공동체인 가정을 만드는 결혼이 복음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회는 혼인을 엄격히 법제화해서 가르쳐 왔는데 이렇게 딱딱한 법으로 다루기보다는 하느님과 예수가 말하는 결혼의 근원적 의미를 성찰하고 그에 맞는 사목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낮은 곳을 향해 파격 행보를 거듭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시노드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전 교황들은 주교들이 모두 자리에 앉은 뒤에야 입장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10분 전에 먼저 와서 참가자들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스스럼없이 의견을 개진토록 했다.

"교황께서 회의 시작 때 '여기는 품위있게 미사여구를 말하는 수사학이나 지식의 경연장이 아니다. 여러분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걸 분명하고 똑똑하게 얘기해달라'고 하셨어요.“

교황이 주교들로부터 지역교회의 현황과 의견을 듣는 시노드는 보통 3∼4년마다 열리지만 이번에는 가정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해 내년 10월 정기총회를 앞두고 준비 차원에서 한 번 더 열렸다.

6년 동안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를 이끌어 온 강 주교는 오는 27일 제주에서 개막하는 주교회의 가을총회를 끝으로 두 번째 의장 임기를 마친다.

"아쉬운 거요? 없습니다. 의장으로 있는 동안 힘에 부칠 정도로 많은 일이 터졌어요. 이제 벗어나게 돼서 안도의 한숨을 쉬려고 준비 중입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