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사랑나눔, 미혼모지원센터 건립… 다음달 개소

원치 않는 임신으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사정에 놓인 이주여성 미혼모들을 위해 한 비영리단체에서 지원 시설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주민 지원 단체 ‘지구촌사랑나눔’은 ‘이주여성 임신·출산·양육 위기지원센터’를 설립한다고 23일 밝혔다.

지구촌사랑나눔은 이 센터를 위한 공간으로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7층 규모의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으며, 다음 달 초 문을 열어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

이 센터는 상담과 진료를 지원해 이주여성의 출산을 도울 뿐 아니라 엄마가 아기를 키우겠다고 할 경우 함께 지낼 수 있는 ‘모자원’과 엄마가 어쩔 수 없이 두고 가는 아기를 맡아 기르는 ‘영아원’ 시설도 갖출 예정이다.

김해성 목사가 이런 시설을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 ‘베이비박스’에 관한 얘기를 듣고서였다. 베이비박스는 버려지는 아기를 잠시 맡아 기르며 생명을 구하는 시설로 세계 18개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가 5년 전 처음 도입했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미혼모가 된 여성들이 아이를 버리는 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국내에서도 생계유지가 어려운 어린 미혼모들의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듯, 한국에 와 살고 있는 이주여성 중에도 그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고 지구촌사랑나눔은 전했다.

게다가 외국 국적의 이주여성들은 국내 미혼모센터의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아기 역시 한국 국적이 아니어서 맡아 길러줄 기관이나 시설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한 사례로 국내 거주하던 중국 남성과 우즈베키스탄 여성 사이에서 아기가 태어났는데, 중국 남성은 귀국해버리고 우즈베키스탄 여성도 아기를 낳은 뒤 몰래 병원을 빠져나갔다. 아동학대예방센터에서 아기를 데려갔지만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해 결국 지구촌사랑나눔에 맡겨졌다.

김해성 목사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기 중 상당수는 이주민의 아기라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아 이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힌 뒤 “하지만 베이비박스로 인해 아기를 쉽게 버리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있어 아기와 엄마를 지속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종합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중한 생명이 더이상 버려지거나 죽임을 당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며 지원 센터 설립·운영에 후원을 호소했다.

지구촌사랑나눔은 센터 운영에 필요한 공간이나 비용, 아기를 기르는 데 필요한 분유 등을 지원해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산모를 위해 상담을 하고 아기를 직접 돌봐줄 자원봉사도 신청받고 있다.

관련 문의는 지구촌사랑나눔(☏02-863-6610)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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