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용 스님 지화전시회 열어 30일~11월5일백악미술관

▲ 오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지화전시회를 여는 석용(47) 스님이 22일 인사동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꽃과 제 얼굴을 번갈아보면서 ‘정말 스님이 만든 게 맞냐’고 물어봅니다. 너무 정밀하다며 기계로 만든 거 아니냐는 얘기도 많이 듣습니다.”

평택 송덕사와 용인 백인사 주지 석용(47) 스님은 ‘꽃을 만드는 남자’다. 1982년 어린 나이에 출가한 직후부터 종이꽃 ‘지화’를 만들어왔다.

종단(천태종)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 인사지만 날카로운 눈매 때문에 처음 보는 이들은 그에게서 꽃을 떠올리지 못한다. 꽃보다도 ‘북(법고) 잘 치는 스님’으로 더 유명한 것도 그 때문일 게다.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지화전시회를 여는 석용 스님을 22일 인사동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 전통문화인 지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08년부터 매년 개인전을 열고 있다. 올해 전시회에는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예전에는 장례 상여를 꾸미거나 잔치를 열 때 지화를 많이 많들었지만 요즘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사시사철 생화가 쏟아져 나오고 조화가 대량 생산되는데 비싼 한지로 번거롭게 지화를 만들 필요가 없어진 거죠.”

그나마 지화를 만드는, 얼마 안 되는 사람들도 전통 기법을 고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석용 스님은 범패 인간문화재인 권수근 스님에게서 시작된 천태종의 지화 기법을 물려받았다.

권수근 스님은 1970년대 단양 구인사에 머물면서 영산재, 삼회향놀이 등 불교의식을 전수했는데 여기에 지화 제작법도 들어 있었다. 권수근 스님은 현 천태종 총무원장인 춘광 스님에게 지화를 전수했고, 춘광 스님은 다시 석용 스님에게 물려줬다.

석용 스님이 만드는 지화는 손으로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세밀하다. 꽃의 섬세한 모양을 표현하기 위해 쇠칼로 미세한 ‘꽃살’을 접는 작업을 한다. 그가 빚어내는 꽃살은 마치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일정 간격을 유지한다. 석용 스님은 지화를 만들기 전 해에 염료로 쓸 천연재료를 직접 채취해 둔다. 꽃과 줄기 색깔이 서로 다르면 천연재료의 종류도 달라진다. 계절마다 피는 식물도 다르기 때문에 이듬해에 쓸 재료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잎이나 줄기 염색에는 녹색 계열의 식물을, 꽃은 다양한 색깔의 열매와 뿌리를 쓴다.

그가 만드는 꽃은 17가지 정도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건 ‘화중지왕’(花中之王), ‘꽃 중의 꽃’이라는 모란이다. 부귀를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진 모란은 불교에서는 작약과 함께 불심을 나타낸다.

불교와 꽃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꽃은 불교행사에서 맨 처음 하는 의식인 육법공양에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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