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가 기우뚱거리며 걷는 모습에 비유해 1700년대 채무불이행 상태가 된 증권 거래인을 가리키는 용어로 등장한 레임덕(Lame Duck)은, 어의변화를 겪으며 요즘은 통상적으로 임기만료를 앞둔 대통령의 권력누수현상을 뜻하게 됐다. 임기말 증후군으로도 불리는 레임덕 현상은 대통령 임기말에 흔히 나타난다. 7년 단임으로 ‘누릴만큼 누린’ 전두환 정권 말기, 시민들의 직선제 개헌 요구에 굴복하며 전 정권과 거리두기에 나섰던 ‘보통사람 노태우’가 그랬고, 군사독재 정권과 결별을 선언하며 선을 그었던 ‘문민정부 김영삼’이 그랬다.
노무현 정권 말기 열린우리당은 당청분리로, 이명박 정권 후반기엔 박근혜 당시 대표가 세종시 문제 등에 각을 세우며 레임덕 현상은 늘 재연됐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 제 아무리 오래갈 듯싶은 것들도 때가 되면 사라지는 법이다. 그런줄 뻔히 알면서도, 권력의 끈만 찾아다니는 정치집단의 ‘하이에나 속성’은 우리에게 늘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한다.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를 이루던 문상객이, 정작 정승이 죽으면 발길을 끊는다’는 옛말 그른 게 하나 없다. 이런 현상은 역설적으로, 모든 권력의 정점에서 거칠 것 하나없는 권력자의 의지에 국가의 모든 시스템이 비위를 맞추게 되는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가 낳은 아이러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이 사라질 즈음엔 또 다른 무소불위의 권력에 빌붙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청와대 사이 ‘파열음’이 심심찮게 들리는 듯하다.
김 대표가 16일 날린 ‘상하이발 개헌’이 그 불씨가 됐다. 김 대표는 “정기국회 후 개헌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라며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을 검토해봐야 하지 않겠느냐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상찮은 기류를 감지하곤 ‘실수’로 치부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에대해 청와대는 5일이나 뜸을 들이다 박 대통령이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뒤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2차전’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와 관련해 김 대표가 “개혁이 중요하지 시기가 중요하냐”며 청와대가 요청한 연내 처리에 반박하면서 시작됐다. 김 대표가 또 뒤늦게 심기를 살펴 ‘입법안 대표 발의’를 카드로 꺼냈지만, 앙금이 쉽사리 가라앉지는 않는 분위기다.
일견 당청 갈등으로 보이는 이런 것들을 두고 집권 2년도 채 되지 않은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논할 게재는 아니다. 오히려 청와대의 서슬퍼런 반응에 화들짝 놀라는 집권당 대표의 모습이 안쓰러운 것이다. 이런 민망한 모습들이 정작 정권 말기 레임덕이 찾아왔을 때에는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모르겠다. 청와대의 의지를 모르는 바 아니고, 김 대표의 말 또한 틀린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일방통행’이 아닌, 소통과 합의인 것이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그것을 취합해 심도있게 판단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모습 중 하나다. 그런 ‘아름다운 모양새’를 보기가 힘들다. ‘다양함’을 이해하고 ‘다름’이 존중되며 ‘틀림’을 직시하는, 그런 정치문화를 국민들은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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