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일, 퇴행적언행 반복돼선 안돼…일본군 위안부 문제, 새출발 첫단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4일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통해 "내년 한일수교 50주년을 새로운 양국관계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며 "대화를 통해 한일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과거에 정상회담을 개최한 후 오히려 관계가 후퇴했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통해 성공적 정상회담이 되도록 진정성있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누카가 회장 등 일한의원연맹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아베 총리의 메시지를 전달받고 이같이 말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없이는 한일 정상회담이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한국을 방문해 청와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등을 면담했던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전보장 국장도 11월 APEC 계기 한일정상회담은 실현되기 어렵다는 견해를 아베 총리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날 접견에서 "한일관계의 가장 상징적 현안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이 한일관계 새 출발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며 "피해자와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는 퇴행적인 언행이 반복되지 않는 게 양국 신뢰를 쌓고 관계 발전을 이루는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생존해 있는 피해자분들이 상당히 고령이고, 이분들이 생존해 있을 때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납득할만한 조치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성의있는 조치를 거듭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지적은 최근 위안부 강제연행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부정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망언과 여성각료 3명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아베 내각의 잇단 부적절한 언행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양국 현안 문제들을 적당히 넘어가다 보면 또 그것이 다시 악화돼 악순환이 반복될 수가 있다"며 "이런 것을 우리 세대에 확실하게 바로 잡아 한일관계가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식으로 탄탄하게 나갈 수 있는 노력을 같이 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한일 관계에 대해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우리도, 저도 일본을 중요한 우방이라 생각하면서 양국관계 발전에 힘써왔지만,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견고한 한일관계는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중요하고, 우리들은 미래세대에 안정적인 한일관계를 물려줘야 할 역사적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누카가 회장은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역대 내각이 계승해 온 점을 감안해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한일간 국장급 협의 등의 촉진을 위해서도 양국 정상이 만나 문제해결을 위한 정치적 의지와 지침을 주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내년이면 벌써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이 되는데 이제 정말 새로운 한일관계를 위해 노력해야 할 중요한 시간인 만큼 의원연맹 여러분의 많은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며 "양국관계가 어려운 상황일수록 정치인간 더욱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고, 의회 차원의 교류와 협력이 더욱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최근 일본 정치권에서 반한 시위 문제에 대해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러한 움직임이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일한의원연맹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누카가 회장은 "일본에서 이 문제가 진지하게 다뤄지고 있다"며 "이번 의원연맹 총회에서 처음으로 위안부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며, 양국관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