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K-스타트업’ 해외 프로그램 미국서 진행

“성공할 만한 분야가 아니라 미개척 분야에도 과감히 투자를 해야 창의적인 기업이 자생하는 에코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종합 육성 프로그램 ‘글로벌 K-스타트업’의 해외 진출단으로 선정돼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찾은 스타트업 대표들은 28일 이 같은 말로 현재 한국 스타트업을 둘러싼 환경을 평가했다.

장애·난치성 질병이 있는 아이들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폐쇄형 SNS ‘프롬디엘(FromDL)’을 서비스하는 이준호 프라미솝 대표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투자는 결국 성과를 올리는 곳에만 집중되니 검증된 서비스에만 도전이 몰린다”며 “창의적인 환경이 자리 잡기를 원하면 투자 자체도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가장 좋은 것은 투자자와 스타트업이 시각을 공유해 성과가 당장 나지 않는 분야라도 위험부담을 감당하며 도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심 있는 이벤트 발생 시 이용자에게 알려주는 알림형 서비스 ‘노티보’의 김동혁 대표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동조했다.

김 대표는 “구글이 벤처로 시작해 대기업으로 성장, 다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듯이 성공한 벤처 기업이 초기 스타트업을 이끌어주는 선순환의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며 “한국에서도 정부 등의 지원 덕분에 이러한 에코시스템이 형성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게임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플랫폼 ‘겜친 라이브’를 만든 초코페퍼의 최지원 대표 또한 “2000년대 초반 ‘닷컴 붐’으로 창업하는 기업이 많았으나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 만한 시스템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최근 들어 정부가 초기 창업을 돕고 투자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하는데, 중요한 것은 스타트업 지원 정책 및 프로그램이 지속성을 갖는 것”이라며 “구글이 서울에 ‘구글캠퍼스’를 설립하는 것처럼 한국 기업에서도 지속적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분위기가 마련되도록 정부차원에서 과감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스타트업이 기술보다 서비스 기반이 많은 이유가 성과 중심의 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준호 대표는 “서비스는 투자 자금이 적게 들고 성공 사례가 많다”며 “기술은 축적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 지속적으로 믿음을 보내줘야 하는데 아직 그런 환경이 자리 잡지 않은 듯하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는 스타트업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생태계를 조성해줘서 바람직하다”며 “기술 분야의 저변이 확대돼 역량 있는 분들이 많이 포진하면 혜안이 생겨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들과 이에 대한 투자가 늘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사용자 유전정보를 분석해 질병 위협 확률을 예측함으로써 생활 습관을 개선하도록 돕는 서비스 ‘제노플랜’의 이강범 마케팅 팀장은 스타트업의 책임감도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많이 지원해주고 벤처 투자자들이 투자를 늘리고 있는 만큼 지금은 창업하기 매우 좋은 때”라며 “한국 사회가 창업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는데 젊은이들이 일확천금의 꿈에 부풀어 창업에 뛰어들기보다 비전과 계획을 갖고 좀더 신중하게 도전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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