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초도돌이 김재만 사장

가게 안이 북적거린다. 오직 닭꼬치를 먹기 위해 30여분을 걸어왔다는 여고생들이 ‘도전투폭’에 도전장을 내민다. 청양고추보다 40배 맵다는 이 닭꼬치를 먹고 10분을 견디면 ‘영웅’으로 등극한다. 청주시내 학생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닭꼬치집 ‘땡초도돌이(청주시 상당구 수동 412-5·☏011-486-0281)’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가을볕이 아직은 따가운 계절. 청주 대성여상 앞에 위치한 이곳에서 김재만(62·사진) 사장은 닭꼬치 굽기에 여념이 없다. 보풀이 잔뜩 인 낡은 앞치마에 요리 모자를 쓴 그는 실은 조흥은행 지점장까지 한 엘리트 은행원 출신이다.

“사람이 변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아요. 겉모습을 바꾸는 것보다 마음을 바꾸는 게 훨씬 힘들죠.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요.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매고 출근을 하다 닭꼬치를 만들려니 처음에는 내 신세가 한심해서 한숨만 푹푹 쉬고 있었어요.”

퇴직을 한 것은 IMF 외환위기 때였다. 당시 지점이 부도를 맞았고, 권고사직을 당했다. 은행을 살리기 위해 퇴직금에 대출금까지 털어 넣어 주식을 샀지만 은행이 문을 닫으면서 주식은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됐다. 다급한 마음에 건설업체를 차렸지만 6개월 만에 망했고,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더미에 앉게 됐다. 자신이 생각보다 세상을 잘 알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집은 경매로 넘어가고 건강도 나빠져 밤에 피를 토할 지경이었어요. 자살까지 생각하게 됐죠. 그런데 죽더라도 가족들은 살려 놓고 나서 죽으라는 친구들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이후 택시 기사, 다단계 판매원, 플라스틱 재생공장 직원 등 8~9개의 직장을 전전했다.

“공장에서 일할 때는 점심시간 15분을 제외하고 하루 꼬박 12시간씩 일했어요. 왕복 교통비를 빼면 120만원이 남았죠. 택시 운전 할 때는 술주정하는 손님들에게 맞기도 했고요. 얼굴이 밤탱이가 되어 집에 가니 아내가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있을 때쯤, 처남으로부터 닭꼬치 가게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친척과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가게를 인수했다.

라면 하나 제대로 끓여본 적 없었던 그가 음식 장사를 잘할 리 만무했다. 매상은 영 신통치 않았다. 먼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생각해봤다. 은행원 출신으로 인사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지나가는 차와 사람들에게 무조건 큰 소리로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고, 하루 2~3만원 하던 매출이 4~5만원까지 올라갔다.

자신감이 붙자 음식 맛에 신경을 쓰게 됐다. 요리를 잘 하는 아내에게 SOS를 했다. 맛있다는 닭꼬치 가게들을 찾아다니며 맛을 연구했고, 3개월이 지나 ‘땡초도돌이’만의 소스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김 대표가 ‘영업 비밀’이라며 철저히 함구하는 비법의 소스는 재료만 20여가지가 들어간다.

그의 경영 목표는 ‘땡초도돌이’를 청주에서 가장 위생적이고, 맛있고, 친절한 닭꼬치집으로 만드는 것이다. 가게를 처음 오는 사람들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곳에는 음식이 눈에 띄지 않는다. 떡볶이 위에는 자체 제작한 뚜껑을 덮어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했다. 닭꼬치는 반 조리한 뒤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고, 주문과 동시에 조리한다. 주문 후 4~5분을 기다려야만 맛있는 닭꼬치를 먹을 수 있다.

가게를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매일 여러 가지 이벤트를 기획하곤 한다. 가게 벽에는 ‘땡초 영웅’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 가게 닭꼬치 중 가장 맵다는 ‘도전투폭’을 먹고 10분 간 버틴 사람들의 명단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벽에 적힌 시를 외우거나 퀴즈를 맞추는 사람에게는 소시지와 닭꼬치, 슬러시 등을 서비스로 준다. 소문이 나 타지에서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현재 월 매출은 1000만원에 달한다.

“인생의 위기에 선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소자본으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어요.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하지 않습니까.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낀 세대에게 제 기술과 영업방법 등을 알려줘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글·사진/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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