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악영향 우려

    일본이 31일 추가 양적 완화를 결정하면서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의 양적완화는 엔저를 심화시켜 한국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악재다..

    다만,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도 함께 오르는 점이 일정 부분 완충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결정되는 엔화 환율에 대해 한국이 개입할 마땅할 수단이 없는 만큼 환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한 미시 대응책 위주의 접근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금융완화를 결정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1년간 매입하는 자산을 현재의 약 60조∼70조 엔에서 80조 엔으로 늘리기로했다.려 시중 자금량을 확대키로 했다.

    또 1년간 매입하는 장기국채 금액을 현재의 약 50조 엔에서 80조 엔으로 확대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본 경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좋지 않다는 의미로 봐야 할 것 같다"면서 "최근 유가 하락으로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니 추가 양적완화를 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은 유동성은 거둬들이고 일본은 추가로 확대하는 것은 각각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라면서 "일본은 앞서 단행한 소비세 인상이 경기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큰 것으로 판단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는 엔저 가속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이날 오후 3시를 전후해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11엔을 돌파했다. 이는 2008년 1월 이후 6년9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엔화 환율은 이달 초 달러당 110엔을 넘었으나 다시 105엔대까지 떨어지며 속도를 조절하다가 다시 한번 급등한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에 달러가 전세계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도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 13.0원 오른 1,068.5원으로 마감했다. 정부 개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 등이 반영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시장의  원화 가치가 엔화 가치와 함께 떨어지면 원·엔 환율 변동폭을 상대적으로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 거시경제연구부 부장은 "일본의 추가적인 양적완화는 결국 엔저가 더 심해진다는 의미가 될 것"이라면서 "원화 가치가 약세로 가면 그나마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엔을 넘어섰지만 원·달러 환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원·엔 환율도 100엔당 960원대를 유지하고 있어 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면서 "앞으로 원·엔 시장에서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 안정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일본의 추가 양적 완화로 일본 경제가 살아난다면 한국 경제에도 호재라고 볼 수 있다"면서 "다만 엔저가 가속화되면 한국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엔저로 그간 수익성이 좋아진 일본 수출기업들이 투자·생산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한국 수출기업은 안 그래도 중국에 밀리고 있는데 일본과의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수출에 대한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출에도 영향이 있겠지만 예전보다는 작을 것으로 본다"면서 "엔화가 1~2년을 보면 단기간 약세인 것으로 보이지만 5~6년 주기로 길게 보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국 입장에서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KDI 조동철 부장은 "국제금융시장에서 결정되는 엔·달러 환율에 한국이 개입할 수는 없다"면서 "결국 기업이 자체적으로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초 엔저 대응 차원에서는 환변동보험 부담을 줄이고 대(對) 일본 수출기업에 정책자금 지원과 함께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기축통화가 아닌 경우 자유 변동환율이 아니라 관리변동환율 쪽으로 가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운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로 반대로 가면 한국도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을 우리 상황에 맞게 독자적으로 펴야 한다"면서 "그 방향성을 잘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각국의 통화 정책 차이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 "방향성이 서로 다르므로 어떤 결과를 낼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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