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근간 뒤흔든 불법행위’ 격앙…“일벌백계해야”

▲ 2일 새벽 10만원대 아이폰6를 사기위한 소비자들이 새벽부터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사진은 인터넷 커뮤니티.

 

지난 1∼2일 발생한 ‘아이폰6 불법 보조금 대란’과 관련해 정부 내에서 이동통신사들에 대한 강력 대응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직원 월례조회에서 “아이폰6의 불법 보조금에 대해 엄정하게,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가 전날 오후 이통 3사 임원을 소집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 데 이어 방통위원장이 직접 나서 이번 불법 행위에 대한 엄중 제재 방침을 천명한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위원장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월례조회에서 현안을 언급하며 목소리를 높인 것은 드문 일”이라며 “상당히 격앙된 내부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한 달 만에 불법 보조금 사태가 재현돼 곤혹스럽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다”고 가세했다.

방통위와 미래부는 이번 아이폰6 대란을 단통법의 근간을 뒤흔든 일로 판단하고 있다.

단통법은 과거 3∼4%에 집중됐던 보조금 혜택을 모든 이용자가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인데, 이는 불법 보조금이 발을 붙이지 못하는 상황에서만 실현 가능하다.

정부가 불법 보조금 살포 행위에 대해 이통사 매출액의 3%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 해당 임원의 형사고발, 대리·판매점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 과거에 비해 한층 강화된 제재 조항을 단통법에 담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아이폰6 대란으로 이통사들이 무차별적 고객 빼앗기 경쟁을 위해 언제든지 이러한 제재 수단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단통법의 취지가 상당 부분 훼손됐다는 것이다.

이번 일로 단통법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단통법은 시행 초기 ‘실효성 없는 반시장적 제도’라며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으나 최근에는 중저가 요금제 및 중고단말기 가입자 증가, 이통사의 서비스 경쟁 강화 등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나오면서 여론이 호전될 조짐도 엿보였다.

정부도 “애초 기대했던 현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국회 등에서 제기한 단통법 개정 논의에 선을 긋고 조기 정착에 자신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직후 이를 뒤흔드는 사태가 발생해 완전히 체면을 구기게됐다.

미래부 관계자는 “시행 초기 비난 일색이던 단통법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서서히 고개를 드는 중요한 시점에 이번 일이 터졌다”며 “당분간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다만 “강력 범죄가 일어난다고 형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성립할 수 없는 것처럼 이번 사태를 단통법 개·폐지 주장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며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면서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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