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도서정가제 전면 시행을 둘러싸고 소비자의 부담 증가에 대한 반발심리가 전면에 부각되면서 제도시행 이전부터 우려가 적지 않다.

오는 21일 전면 도입되는 '도서정가제'는 출간 18개월 이후 구간(舊刊)과 초등학교 학습참고서 등 기존 도서정가제의 예외 부문 도서들까지 모두 15%까지만 할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해 시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출판시장 내에서 지나친 도서 가격경쟁을 막고, 도서의 질로 경쟁하려는 풍토를 정착해 출판문화의 질적 제고를 유도하려는 정책 취지다.

그러나 시행을 불과 2주일여 앞둔 가운데 시장에서는 '사재기', '땡처리' 할인 등 부작용을 지적하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부쩍 높아졌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5일 김희범 제1차관 주재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미 시행되고 있는 도서정가제의 원래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는 정책 방향에 무게를 두고 실행에 옮긴 뒤, 이후 나타나는 문제점은 적극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제도 취지가 인터넷 서점이 주도해온 과도한 저가 할인을 규제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서점들의 숨통을 틔워 유통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취지인 만큼, 제도 성공 여부는 이후 지역 중소서점의 활로 마련 여부에 달릴 전망이다.

소비자들의 반발 확산은 도서정가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당국의 홍보 노력 부족과 뒤늦은 대처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휴대전화 가격만 상승했다는 소비자 반발이 이에 옮겨 붙을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 7월 16일부터 31일까지 6개 출판 유관 단체 의견을 수렴해 도서정가제 시행을 위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 마련에 나섰으나, 의견 수렴에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업계의 반발을 샀다.

한국출판인회의와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등 업계 관계자들이 이에 반발해 지난달 16일 오후 공청회를 열며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뒤에야 문체부는 업계 요구 수렴을 뒤늦게 약속하며 진화에 부심했다.

도서정가제 시행을 한 달 앞두고 주무 담당인 출판인쇄산업과장을 교체한 점도 정부의 안일한 대응 태도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 제1차관이 이례적으로 설명회를 주재하고 나선 건 이같이 시장 동요가 심상치 않은 데 대한 기민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김 차관은 '착한 가격', '거품 걷어내기'를 거듭 강조하며 도서가 인상에 대한 소비자 우려 불식에 주안점을 뒀다. 최근 8년간 초중고 학습참고서 가격동향을 근거로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점, 또 참고서 가격의 적극적 모니터링을 통해 담합 등 가격조정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문체부는 업계의 다양한 이해관계 조정을 거쳐 어렵게 제도 시행 단계에 이른 만큼 일단 제도 시행 이후 모니터링과 사후 보완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산하에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제도 시행에 대한 설명자료를 배포하는 등 홍보 노력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우수도서 구입 사업에 올해와 내년 각각 150억, 142억원을 배정해 총 292억원을 공공도서관 도서 구입에 활용하도록 집중 투입한다. 이를 통해 올해와 내년 총 180만권 가량의 추가 도서 구매가 가능하리란 전망이다.
문체부는 업계가 보완을 요구한 세트도서 할인 문제의 경우 최초부터 세트로 구성하지 않으면 세트 할인이 불가하도록 규제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체부가 수용에 난색을 표명한 '배송료 및 카드사 제휴할인' 사항은 시행 이후에도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대형 서점들의 경우 배송료와 카드사 제휴 할인을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해왔으나, 이번 도서정가제에선 이에 대한 규제가 빠졌다. 해외에서는 프랑스가 유일하게 배송료 할인 규제를 시행 중이다.

김 차관은 "아직 시장에서 어떠한 영향으로 귀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제도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지를 모니터링해 필요하다면 보완할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문체부는 시행 후 6개월이 지난 즈음에 업계와 시행령 개정 등 보완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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