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끝에 쏠린 열정과 행복… “사랑을 그린 꽃신 만들어요”

▲ 오송종합사회복지관 행복민화반 수강생들이 복지관·불우이웃돕기 기금마련을 위해 만든 아트상품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 어린 자녀를 둔 회원들은 종종 아이와 함께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 회원들이 작품 활동에 여념이 없다.

충북 지역 자원 봉사자들 모여 또 다른 사랑 실천

민화 수강생들, 틈틈히 그린 작품 판 수익금 기부

고무신 등에 섬세한 ‘붓’… ‘아름다운 꽃’ 되다

(동양일보 김재옥 기자) 주로 무료급식도우미와 아이돌모미, 행사 진행요원 등의 봉사를 펼치는 청주지역 자원봉사자들이 또 다른 사랑 나눔을 꿈꾼다.

오송종합사회복지관 행복민화반에서 민화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그간 익힌 그림 실력으로 검정 고무신과 민무늬 휴지케이스에 그림을 그려 판매, 수익금을 복지관 운영비와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하기로 했다.

이러한 그림 봉사는 민화명인인 박효영 무영문화재 18호 민화전수자가 이 강좌 강의를 시작하면서 기획됐다.

박 전수자는 이 강좌 수업을 하면서 얻은 강의료를 모두 고무신과 휴지케이스 등 불우이웃돕기 기금마련을 위한 물품구입 비용으로 기부했다.

여기에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수강생들이 자발적으로 그림을 그려 아트상품을 생산·판매해 뜻 있는 일에 쓰자는 마음을 보태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매주 월요일 오후 2시에 오송종합사회복지관 강의실에 모인다.

강의실에서는 검정 고무신을 사포로 문질러 그 위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민무늬 휴지케이스나 에코백도 그들의 손길이 닿으면 저절로 마음을 뺏겨버리는 아트상품으로 탄생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트상품을 만들어내는 이 강의실에는 사랑이 넘친다.

매주 진행되는 수업에도 빠지는 사람이 없다. 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예쁜 꽃과 나비, 식물 등을 그려 넣는데, 더 예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작품 아이템을 찾느라 여념이 없다.

미술관련 서적에서 본 그림을 참고하기도 하고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을 출력해서 작품에 이용하기도 한다. 매 수업마다 수강생들의 작품을 도와주는 박 전수자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미술을 전공하는 어린 딸에게 틈틈이 그림기법을 배우는 열정을 과시하기도 한다.

길게는 수십년씩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따뜻한 사람들이, 함께 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그리는 그림이라 작품에도 사랑과 행복이 묻어난다.

박효영 전수자는 “그림으로 재능기부를 해보자는 이야기에 수강생들이 얼마나 환영해 줬는지 모른다”며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그린 그림이라 고무신에서도 사랑과 행복이 묻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26일께 그간 작업한 그림과 아트상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이 전시 작품 판매 수익금은 모두 불우이웃돕기로 쓰인다.

때문에 예쁜 꽃신과 에코백, 휴지케이스를 구입하는 것 자체가 기부활동이 되는 일석이조의 아름다운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이 강좌 반장을 맡고 있는 김연수씨는 “일주일에 한 번 그림 그리는 것도 생활에 큰 활력이 되는데 더불어 좋은 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붓질 하나에도 정성을 다하게 된다”며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박효영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사랑의 그림그리기 계속 이어갈 것”

김연수 오송종합사회복지관 행복민화반 반장

 

생활자기를 만드는 김연수(사진·☏010-4010-2781) 도예가가 오송종합사회복지관 행복민화반 반장이다.

김 반장은 매주 월요일 오후 수업이 시작되기 전 청주육거리시장에 간다. 사랑을 그려 넣을 검정고무신을 사기 위해서다. 이 고무신에 정을 담아 사포질을 하고 그림을 그려 넣으면 명품신발 부럽지 않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신발이 탄생한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그린 그림이라 행복은 덤으로 담겼다.

“박효영 민화명인의 제안으로 고무신과 휴지케이스, 에코백 등에 그림을 그려 넣어 이 작품 판매수입금을 좋은 일에 쓰기로 했습니다. 매주 그림 그리는 것도 큰 기쁨인데 좋은 일도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수강생들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매주 월요일 오후 시간 빠지지 않고 복지관에 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 명의 수강생들도 결석하는 법이 없다. 그 잠깐의 시간이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딴 일을 하다가도 자연스레 발길은 복지관으로 향하게 된다는 김 반장.

김 반장은 “아마추어들이 그린 그림이라고 무시하면 큰 코 다친다”며 “박 명인으로부터 배우고 정성을 다해 그린 그림이라 보는 사람마다 마음을 뺏긴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이달 말 계획하고 있는 전시회에도 많은 분들이 찾아서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이 민화 강좌가 마무리되어도 이웃들을 돕기 위한 사랑의 그림그리기는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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