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영동대 교수)

 

크레비즈(CreBiz)란 말이 있다.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creative business)의 줄임말이다. 창조산업, 창조사업으로도 부른다. 기존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정보기술·지식·바이오산업 등 첨단 경제자원과 기존의 사업지식, 전문기술 등을 융합해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를 통털어 이르는 개념이다.
1997년 영국 블레어총리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행정개혁을 전개하게 된다. 그 핵심중 하나가 사회의 창조적 힘을 이끌어내기 위해 문화예술정책으로의 전환이다. 1998년과 2001년 2개의 보고서가 채택되면서 창조산업에 관한 개념을 정리하고, 통계적 정량화 작업을 위해 문화예술산업을 분류하고 진흥정책을 개시하게 된다. 이에 따르면 창조산업이란 개인의 창조성, 기술, 재능을 기반으로 지적재산권 활용을 통해 부와 고용을 창조할 가능성을 가진 산업으로 정의된다. 개인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새로운 산업자원으로 활용함으로써 수익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새로운 사업 전략에서 비롯된 새로운 개념의 산업으로 이야기된다. 구체적으로는 음악, 무대예술, 영상영화, 패션디자인, 디자인, 공예, 미술품 경매시장, 건축, TV·라디오, 출판, 광고, 게임, 컴퓨터소프트웨어 연관 산업 등을 창조산업에 포괄한다. 영국의 창조산업 관계자는 1995년에 13개 업종에 95만인, 기타 산업 창조적 근로자 포함 140만으로 전산업의 5%이상이 고용되어 있다. 2000년에는 195만인으로 년평균 5%이상 신장되고 있다.
창조산업을 어떻게 육성해야 할 것인가?
창조산업의 진흥시책을 효과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종래 산업시책과의 차이를 명확히 해야 한다. 창조산업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정보화사회에서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미래의 확실한 이익을 보장함으로써 투자를 이끌어 내는 사업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금융과 유통의 결합, 정보기술과 유통의 결합, 정보기술과 금융의 결합 등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여러 분야의 융합적 사업유형으로 나타나는 것도 창조산업의 특징이다.
창조산업을 육성하고 진흥하고자 한다면 우선, 그 창조적 핵심분야에 대해 유효한 지원정책을 펼쳐져야 한다. 과학기술이나 벤처기업 육성에 있어서 성공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연구개발조성금과 세제헤택을 제공하고 있다. 문화예술분야에도 이와 같은 지원과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도시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의 확립이 중요하다. 디자인산업 등의 창조산업 분야에서는 특히 세계적으로 평가받는 모델의 존재가 중요하다. 서구의 모델도시에서는 세계각지의 창조가나 디자이너가 자유롭게 출품하고 그것을 업계 정보지나 바이어에게 평가받으면서 비즈니스가 형성된다. 또한 창조산업의 집적이 비교적 잘되어 있는 대도시와 여건이 다른 지방도시에서는 전략이 달라야 한다. 지방도시는 지역고유의 전통성을 어떻게 문화화하는 것도 과제이다.
창조도시 네트워크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볼로니아, 베를린, 몬트리올, 에딘버러 등은 음악, 디자인, 문학, 전통공예 등 특별한 분야를 등록하고 그 활동폭을 세계 각국으로 넓히고 있다. 일본에서도 2005년 만국박람회 이래 교토, 요코하마 등 15개 도시가 생활문화 창조도시를 목표로 국제적 창조도시 네트워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창조산업은 기존 산업에 비해 창조성 발휘가 용이한 소기업 형태가 많고, 관련 사업간의 긴밀한 관계를 위해 특정한 장소에 집적하는 경향이 강하다. 창조산업은 본래 클러스터를 형성하기 쉽다. 따라서 창조도시를 지향하는 산업정책이란 창조성을 발휘하기 쉽도록 환경과 분위기는 만들어야 하고, 그래서 공간형성을 담당할 도시계획이 중요해진다. 산업정책과 문화정책, 그리고 도시공간 형성정책의 융합이 요구된다. 창조도시를 위한 산업의 융합, 도시계획의 공간적 결합, 문화적 네트워크화에 우리 도시가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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