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지시로 ‘허위기재’ 공문 발송…“사업무산 책임”
사업취소 진상조사…“총장 직권남용 합당조치 필요”

(옥천=동양일보 이도근·김묘순 기자) ‘제 식구 죽이기’ 의혹을 받고 있는 충북도립대의 국비지원 사업 취소와 관련, 이 대학 교수와 재학생이 ‘진상 조사와 총장 직권남용 등에 대한 행정적·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충북도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7일자 4면

교수가 어렵게 수주한 국비지원 사업이 대학 총장의 방해로 취소돼 학생들이 큰 피해를 입었으나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사건이 묻히고 있는 것을 참다못한 대학 구성원들이 도에 직접 답답함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이 대학 전기과 A(58) 교수와 학생 등 3명은 지난 4일 충북도와 도의회 등에 A4용지 13장 분량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수신인은 충북지사와 부지사, 도의회 의장, 도 감사관실이다.

이들은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하는 사안임에도 대학 등이 사실 호도에 나서고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도지사와 도의장 등에게 토로해서라도 사태의 본질이 멀어지는 상황을 막고 싶었다”고 진정서 제출 이유를 설명했다.

A교수 등은 진정서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의 ‘마이크로 그리드(Micro grid) 기술인력 양성 기초트랙’ 사업 유치부터 취소까지 단계별로 대학 측의 방해활동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이 대학 함승덕(59) 총장의 책임을 물어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문제가 된 연구인력 3명은 전문자격을 갖췄지만, 연구원 소속(산학협력단)만 고집하고, ‘신규채용’을 무시한 함 총장은 에기평에 ‘허위기재’라는 공문을 3차례 발송을 지시했다”며 “정정내용이 있음에도 이런 행동은 결국 사업을 무산시킨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연구책임자인 A교수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서약서’를 종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통상 양식대로 서약서를 보냈으나, 산학협력단은 임명확약서를 미뤘고 결국 사업이 취소됐다”고 지적했다. 이 서약서는 ‘연구인력 3명의 소속을 잘못 기재한 것을 인정’할 것과 ‘사업계획서 작성당시 학교 등과 사전협의가 없었다’, ‘사업관련 모든 책임이 연구책임자에게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A교수 등은 또 이번 사업취소로 “학생들이 우수환경에서 새로운 산업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 8월 마이크로 그리드 인력양성트랙에 24명을 선발, 일부 설정된 수업을 진행했지만, 총장 방해로 사업이 무산되며 교육과목을 취소하게 됐다”며 “학생들이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은 물론, 학기 중 매달 지원받을 수 있는 장학금(1인당 연간 160만원가량)도 못 받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총장의 위법 부당한 행위를 바로잡지 않으면 대학의 신뢰가 추락, 교수와 학생들 모두 대학에서 등을 돌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철저히 조사해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그에 합당한 행정적·법적 조치를 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대학 산학협력단은 ‘마이크로 그리드’ 인력양성사업에 선정돼 2018년까지 12억원의 사업비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대학 측이 ‘연구인력 3명이 대학 산학협력단 소속이 아닌데 허위기재 됐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며 사업훼방 의혹이 제기됐다. 에기평은 문제 인력에 대한 채용확약서를 요청하자, 대학 측은 연구책임교수에게 서약서를 종용하며 이를 미뤘고, 결국 사업은 취소됐다. 사업취소 후 조사에 나선 도는 대학 측에 향후 국비지원사업 관련 매뉴얼 작성을 ‘권고’하는 수준에서 감사를 마무리했다.

<이도근·옥천/김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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