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가 주민 여론과 집행부 재정 상황을 외면한 채 의정비 대폭 인상을 요구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 불신과 무용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지방의회 의정비 인상을 통해 주민 신뢰를 회복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선의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도의회가 요구하는 인상폭은 동의하기 어렵다.
대부분 지방의회들이 전반적인 경제 상황과 주민 정서, 집행부의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 공무원보수인상률 수준인 1.7% 인상에 그친 데 비해 충북도의회는 월정수당을 13.6%나 올려 연간 400만원 인상을 요구했다.
개원 이후 세달 여 동안이나 자리다툼으로 의회를 파행시킨 도의회가 무슨 염치가 있어서 연간 400만원의 의정비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지 한심스러운 일이다.
충북도의회의 논리대로라면 공무원보수 인상률 수준에 그친 다른 지방의회들은 도의회만큼 의정비를 인상할 자격도 명분도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충북도의회가 다른 지방의회들에 비해 그만큼 의정비를 올려야 할 합당한 명분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이같은 충북도의회의 의정비 인상 요구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심도있게 심의해야 할 충북도의정비심의위원회가 도의회 입장만 대변하는 ‘의정비인상심의위’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충북도의정비심의위는 지금까지 모두 4차례에 걸려 의정비 인상 여부와 인상폭에 대한 논의를 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이다.
의정비심의위는 현행법상 공무원보수 인상률 수준 이상으로 인상폭을 결정하려면 여론 수렴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의정비 인상폭에 대한 여론 수렴을 위해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는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도의회가 요구하는 수준의 의정비 인상이 어렵다는 점에서 여론조사 대신 공청회 개최라는 꼼수를 동원한 셈이다.
김창기 위원장은 뜬금없는 기자회견을 자청, 의정비 현실화가 필요하다며 드러내놓고 도의회 편들기에 나서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의정비심의위는 본질적으로 객관적이고 충분한 여론을 수렴, 적절한 의정비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기구다.
그렇다면 적어도 의정비 인상에 대한 실질적인 주민 여론을 수렴해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형식적인 절차인 공청회로 대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위원장이 나서서 의정비 현실화를 주장한 배경도 밝혀야 한다.
만일 의정비심의위가 주민 여론과 객관적 논의를 외면한 채 도의회 의정비 올리기를 위한 들러리로 전락한다면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은 의정비심의위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
부여된 책무를 저버린 채 도의회 편들기에 급급한 의정비심의위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와 무관치 않다.
따라서 의정비심의위는 객관적 여론 수렴을 거쳐 합리적인 의정비 인상폭을 결정, 도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점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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