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도 지역별로 이르면 내년부터 가능할 듯

내년부터 경찰관 공채 시험 응시자는 체력 검정 때 도핑 테스트(약물검사)를 받아야 한다.

체력 검정에 지원한 응시생들이 점수를 높이려고 스테로이드 등 약물을 복용한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경찰청은 순경 채용시험 응시자들의 체력 검정 때 부정 약물 검사를 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5900만원을 편성했다고 10일 밝혔다.

공무원의 임용 시험 부정행위에 '약물'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무원임용시험령'이 지난달 공포돼 법적 근거는 충분하다.

경찰은 일단 검사 대상을 체력 검정에서 지나치게 높은 점수를 받은 응시생으로 한정했다.

경찰청은 약물 검사 의뢰 비용이 건당 30만원에 달할 정도로 적지 않아 내년에는 체력 검정 고득점자로 대상을 제한해 시범 시행한 뒤 그 결과에 따라 검사 대상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 지망생이 해마다 증가하면서 전체 배점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체력 검정에 응시생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순경 공채 시험에서 체력 검정의 배점 비율은 25%로, 필기시험(50%) 다음으로 높다. 면접 비율은 20%이고, 나머지 5%는 자격증 소지자 등에 부여되는 가산점이다.

올해부터 고등학교 교과목만으로도 순경 공채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다른 공무원 시험이나 일반 기업 취업 준비생도 몰리면서 올해 2차 순경 공채 시험에는 역대 최다인 6만1297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은 17.2대 1로 최고치는 아니었지만, 이는 경찰관 2만명 증원 정책으로 정원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체력 검정은 100m 달리기·1천m 달리기·윗몸 일으키기·좌우 악력·팔굽혀펴기 등 5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항목당 10점씩 총 50점이다.

100m 달리기만 봐도 13.0초 이내는 10점, 13.1∼13.5초는 9점, 13.6∼14.0초는 8점 등으로 점수가 세밀하게 나뉘어 있어 요즘 같은 경쟁률에서는 100m 달리기 0.1초 차이가 당락을 좌우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경찰 채용 시험 때마다 '일부 응시자들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다', '어느 병원에 가면 약물주사를 놓아준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무성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경찰 채용 시험에 부정 약물이 사용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약물검사가 이뤄진다는 내용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소방관도 이르면 내년부터 채용 과정에서 약물 검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소방관은 대부분 지방 공무원이어서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시행 여부나 시기가 다를 수 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개정된 공무원임용시험령을 통해 법적 근거가 생겼고 자체적으로도 이 내용을 반영한 '소방공무원임용령'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내년부터는 약물 검사를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예산 문제 등이 있어 검사 착수 여부나 시기, 대상 선정 등은 지자체가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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