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이 은은하게 배어나는 수필집, 이정식(79·사진)씨의 ‘여몽’이 발간됐다. 첫 수필집 ‘그리운 삶의 향기’를 펴낸 후 4년 만에 새 수필집을 품에 안은 이씨는 “내가 이 세상을 떠나도 글과 글씨는 영원히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은퇴 후 수필과 서예에 전념하고 있다”며 “읽는 이에게 감동을 주는 수필의 매력에 빠졌다. 앞으로 삶의 철학을 느끼게 하는 글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수필을 담은 ‘여몽’과 서예작품을 실은 ‘지원 서예집’이 그것. 1999년 충주농고 교장으로 퇴임한 후, 남은 생을 수필과 서예에 정진하고 있는 이씨의 지난 세월의 흔적들이 이 한 권에 담겼다. ‘인생은 꿈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다’는 생각에 제목을 여몽이라 지었다.

‘여몽’에는 고향의 강, 동심원을 그리며, 청산에 살고파, 마음에 흐르는 물소리, 아름다운 노후 등 5부로 나뉜 66편의 글이 실렸다.

저자가 꼽은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고향의 강’과 ‘첫 눈’. ‘고향의 강’은 30여년을 산 제2의 고향인 충주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담은 수필이다. 강여울 물소리를 들으며 낚시를 하던 기억, 달래강변에서 가족과 함께 다슬기를 줍던 추억 등이 그려진다. 저자는 글을 통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삭혀낸다. ‘첫 눈’은 첫 눈의 아름다움을 예찬한 글. “한마디의 말도 없이 싸움과 분노, 상처를 한순간에 고요히 침묵의 힘으로 덮어 버린다”며 첫 눈을 찬미하는 저자의 글에서 순수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지원 서예집’에는 그동안 각종 대회에서 수상하거나 전시회를 통해 선보인 서예 작품들이 담겼다. 작품에 대한 뜻풀이도 실려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책의 표지 뿐 아니라 곳곳에 저자가 직접 쓴 서예 작품이 실려 책 읽는 맛을 더해준다.

이씨는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이 새로워지고 싶었다. 들에 핀 풀꽃 한 송이를 보아도 머리가 숙여지고, 산들 부는 실바람에 느끼는 내 마음은 어느새 사랑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좋은 글을 쓰고자 슬픔도 분노도 조용히 안으로 삭이며 천박하지 않은 글을 쓰는 것이 꿈이었다. 그 꿈은 아직도 시들지 않고 살아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1936년 충북 제천 출생으로 충북대 농학과, 건국대 사회과학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40여년간 교직에 몸 담았다. 월간문학 신인문학상, 푸른솔문학 신인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푸른솔 문학회 회원, 전국 노인서예협회 초대작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교단의 메아리’, ‘그리운 삶의 향기’ 등이 있다.

뒷목문화사. 256쪽. 1만3000원.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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