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와 남해군은 10일 고려대장경 판각지로 추정되는 남해 고현면에 위치한 백련암지에 대한 발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백련암지 발굴조사는 문화재청의 긴급 발굴비용 지원에 따라 지난 8월 27일 시작했다.

그 결과 백련암지에서는 평탄한 대지 두 면(윗단·아랫단)과 아랫단 진입시설인 계단 한 개가 확인됐다.

대지 윗단에서 확인된 건물 한 동의 외곽에는 고려시대 국가 차원의 거래나 상류사회에서 제한적으로 유통되던 고액 화폐인 '銀甁(은병)'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명문기와와 고려시대 대표 문양인 어골문 기와가 다량 출토됐다.

아랫단 대지 진입시설에서도 '銀甁'이 새겨진 명문기와와 어골문 기와가 다량으로 나왔다.

경남발전연구원 등은 백련암을 부속 암자로 둔 것으로 알려진 전 선원사지에서 '이태서라는 사람이 장수를 기원하면서 은병 일구(하나)를 시납(시주)하다'는 뜻인 '長命願施納銀甁壹口李台瑞'(장명원시납은병일구이태서) 글귀가 적힌 명문기와가 백련암지에서도 똑같이 나온 점 등을 토대로 전 선원사지와 백련암지의 관련성이 분명해졌다고 평가했다.

전 선원사지는 고려시대 별서 건물로 추정되는 'ㅁ'자형 가옥·정원(연못)과 고려 고위 문인들의 애장품으로 쓰이던 '원숭이 모양 청자연적'이 발견되는 등 고려대장경 판각 시기에 해당하는 12∼13세기에 조성돼 대장경 제작과 관련있는 시설로 추정되는 곳이다.

전 선원사지와 백련암지 관계의 성격은 고려대장경을 반분(판각)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인 무신 '정안(鄭晏)'과 연관지을 수 있다고 경남발전연구원 등은 설명했다.

'고려사' 정세유 열전을 보면 정안이 남해로 은퇴해 대장경의 반 정도를 간행했다는 내용이, 보각국사 일연 비문에는 '1249년 정안이 남해에 있는 자신의 사제(사저)를 사찰로 삼아 정림사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또 진각국사 '혜심어록'에는 일암공(정안)이 강월암을 창건했다는 내용도 있다.

경남발전연구원은 '정안-남해-고려대장경 반분'의 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면 고려대장경 판각지로 추정되는 남해 고현면에서 현재까지 유일하게 확인된 전 선원사지와 백련암을 정림사와 강월암이라는 구도로 접근해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경남발전연구원 측은 "남해군 고현면에 고려대장경 판각지가 있었다는 정황 증거를 확보했다"고 발굴조사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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