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사람을 멍청하게 만드는 바이러스가 미국 학자들에 의해 발견됐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연구팀은 ACTV-1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인지 능력이 정상적인 사람들보다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11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자발적으로 참여한 92명의 피실험자 가운데 절반이 문제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였으며 이들은 정상적인 사람들보다 특정한 인지 능력 테스트에서 10%가량 점수가 낮았다고 밝혔다.

미국 네브래스카 대학 연구팀이 문제의 바이러스를 생쥐에 감염시키고 나서 미로 찾기 테스트를 해본 결과도 이와 유사했다. 감염된 쥐는 미로를 빠져나오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ACTV-1은 통상적으로 민물에 서식하는 녹조류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이지만 인체의 목구멍 조직에서도 발견됐다. 학자들이 다른 목적으로 정상적인 사람들의 목구멍에 있는 미생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 바이러스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네브래스카 대학의 제임스 반 에튼 교수는 전문가들이 지난 35년간 ATCV-1과 유사한 바이러스들을 연구해왔다고 소개하면서 "이들 바이러스는 전 세계의 연못과 시냇물에 분포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전에는 이 바이러스가 조류만 감염시키는 것으로 추정했으나 사람들이 수영하는 동안 물을 들이켜게 되면 인체 안으로도 들어올 수 있다고 말하고 모기 유충도 바이러스의 숙주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조류 바이러스 전문가인 반 에튼 교수는 4년 전 존스홉킨스 대학 연구진들이 정신장애로 숨진 사람들의 뇌조직에서 ATCV-1의 DNA 염기서열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 연구에 동참했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가 과연 인간의 지적 능력을 저하하는지 여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바이러스와 지적 능력 사이의 인과 관계가 밝혀지지 않은데다 인간의 뇌에 미치는 바이러스의 영향이 일시적인지, 아니면 지속적인지 여부 등도 불명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퍼듀 대학의 데비이드 샌더스 교수는 다수의 실험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얻어야만 믿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존스홉킨스 대학의 로버트 욜컨 교수 자신도 이 바이러스가 개인 혹은 공중 보건의 위협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의학적, 과학적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욕 레넉스 힐 병원의 이비인후과 전문의 조던 조셉슨은 이번 연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본다면서 "이같은 연구가 더 많이 이뤄지면 코와 입으로 들어오는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들과 우리의 전반적인 신체 환경 사이에 더 많은 상호작용이 있음을 파악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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