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선비 시심에 젖다’ 발간

 

(동양일보 김재옥기자)세종대왕 100리의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한 옛 시편이 책으로 엮어졌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은 상당산성권(숲길), 초정약수권(물길), 증평 율리권(들길)의 아름다운 풍경을 읊은 옛 시를 조사 연구하고 번역해 ‘길 위의 선비, 시심에 젖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했다.

영동대 호서문화연구소(소장 임동철 전 충북대학교총장)에 의뢰해 조사연구한 뒤 출간한 이 책은 세종 때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우암산, 상당산성, 초정약수, 율리 일대를 읊은 한시 70여 편을 모았으며, 현대인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해설도 곁들였다. 연구에는 김용남(호서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신범식(영동대 교수), 임동철(호서문화연구소장) 등이 맡았다. 또한 화가 강호생씨가 수묵담채화로 화폭에 담아 옛 선비들의 글을 시와 그림으로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은 상당산성권, 초정약수권, 증평율리권 등 3부로 구성됐다. 상당산성권에서는 우암산과 산상의 중심으로 한 옛 시가 실렸다. 우암산은 우산(牛山) 또는 목암산(牧岩山)으로 불렸는데 조선후기의 학자 박노중, 연최적, 신필청 등이 한시를 지었으며 해가 뜨고 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시심에 담았다. 상당산성의 빼어난 풍경을 노래한 선비들도 많았는데 매월당 김시습은 1463년에 호남으로 가던 중 상당산성에 들러 성곽과 자연의 풍광을 ‘산성에서 놀다’라는 시를 통해 예찬했으며, 청주출신 조선조의 문신으로 흥덕현감을 지낸 변시환은 ‘상당산성의 아침구름’이라는 시를 남겼다.

명암약수터와 상당산성은 시를 좋아하는 선비들이 모여서 시를 짓고 감상하는 시회(詩會)를 자주 열었는데 박윤섭은 ‘명암약수정시회’, ‘상당산성시회’ 등의 시를 남겼다.

초정약수권은 1444년 세종대왕이 이곳에서 요양을 할 때 함께 수행했던 대신들의 시를 소개하고 있다. 세종 때 예조판서를 지낸 하연을 비롯해 박팽년, 신숙주 등 수많은 학자들과 대신들이 초정약수의 풍경을 노래했으며, 조선후기와 20세기 초에는 청주지역 문인들이 이곳에 모여 시회(詩會)을 열며 시를 짓기도 했다.

증평율리권은 조선후기 책벌레 김득신의 시가 가장 많이 남아있다. 김득신은 진주목사 김시민의 손자이며, 부제학 김치의 아들로 사기의 ‘백이전’은 무려 11만3000번을 읽었다고 전해진다. 김득신은 율리의 숲과 계곡, 호수와 마을 풍경을 글로 담았다. 또한 강희맹의 ‘청안팔경’ 등 이 고장의 농경문화와 산천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들도 소개하고 있다.

임동철 호서문화연구소장은 “옛 선비들의 시를 통해 우리 고장의 역사문화를 이해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공감하며, 더 나아가 수많은 학자와 시인들을 배출한 선비의 고장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전통을 더욱 계승발전 시키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대왕 100리 문화콘텐츠 사업을 기획한 문화기획자 변광섭씨는 “세종대왕 100리 스토리북 시리즈는 우리 고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특화하며 이야기산업과 글로벌 콘텐츠로 발전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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