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부족한 점 보완해 메이저리그에서 제대로 싸우고 싶다"

▲ 오승환이 13일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귀국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들으며 미소 짓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진출 첫해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오르며 한국 특급 마무리의 위용을 과시한 오승환(32·한신 타이거스)이 '더 큰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승환은 13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 더 플라자 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기가 도전의 끝은 아니다"라며 "더 큰 꿈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많은 한국 선수들이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있고 팬들의 시선도 메이저리그에 많이 모이는 것 같다"고 운을 뗀 후 "한신과 계약기간이 1년 더 남았다. 그 사이 내 부족한 점을 보완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된다면 가서 제대로 싸우고 싶다. 난 더 큰 꿈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까지 한국 프로야구 최고 마무리로 군림한 오승환은 올 시즌을 앞두고 2년 최대 9억엔(약 93억7000만원)의 조건에 한신과 계약했다.

오승환은 정규시즌에서 한일 통산 300세이브, 한일 통산 500경기 등판(9월 20일) 기록을 차례대로 세웠고, 1998년 벤 리베라가 기록한 27세이브를 넘어 한신 역대 외국인 선수 최다 세이브 기록을 작성했다.

선동열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1997년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기록한 38세이브마저 넘어서며 일본 무대 한국인 최다 세이브(39개)를 올린 오승환은 한국인 최초로 일본 무대 구원왕에 등극하는 새 역사도 썼다. 오승환은 2014년 2승 4패 39세이브 평균자책점 1.76을 기록했다.

오승환은 클라이맥스시리즈 6경기에 모두 등판해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는 영광도 누렸다. 한국 프로야구 출신 한국인이 일본 포스트시즌에서 MVP를 수상한 것도 처음이다.

오승환은 "시즌 초 새로운 구장과 팀, 음식, 교통, 문화 등 환경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긴 했지만 주위의 많은 도움 속에 일본 생활에 빠르게 적응했다"며 "한신에서 나의 발전 가능성이 아닌 현재의 모습을 보고 영입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다. 다행히 새로운 무대에서 잘 적응했다"고 한 시즌을 되돌아봤다.

이어 "39세이브라는 성적은 만족스럽긴 하지만 4패를 했고 6번의 블론세이브도 기록했다"고 곱씹으며 "(한신의 라이벌)요미우리 자이언츠와 경기에 2번의 블론세이브를 했는데 내년 시즌에는 요미우리전에서 블론세이브가 없었으면 좋겠다. 시즌 전체 최소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고, 0점대 평균자책점도 올려보고 싶다. 2년 연속 구원왕 타이틀에도 도전하겠다"고 2015년 목표를 설정했다.

2015년, 오승환이 다시 한 번 일본 프로야구 최고 마무리로 활약한다면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도 커진다. 오승환은 2015 시즌 한신 마무리로서의 모습을 강조하면서도, 이후의 도약도 준비하고 있다.

이날 오승환은 일본 무대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떠올리고 당시의 감정을 표현했다.

9월 21일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주니치 드래건스와 홈경기에서 3-3으로 맞선 9회말 안타를 쳐내며 프로 생활 첫 안타를 기록한 오승환은 "타석에 서 보니까, 마운드와 배터 박스의 거리가 정말 짧더라.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을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부분이었다"라고 웃으며 "다시 타격하면 더 잘할 것 같다. 타격에 욕심이 있다"고 털어놨다.

오승환은 "일본에서도 내 공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던졌다"고 호투의 비결을 꼽기도 했다. 그는 "내 직구가 일본에서도 통할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다"며 "한국에서 했던 것을 유지한 게 일본 생활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평점심을 유지하는 '돌부처' 오승환도 블론세이브에는 감정이 흔들리기도 한다. 그는 "마무리 투수는 세이브에 실패했을 때도 빨리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면서도 "블론세이브를 하면 우선 팀 동료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진다. 좀 안정이 되면 자신에게 화가 난다. 잠을 설치는 경우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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