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09일만인 11일 정부는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을 종료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날 선언은 범정부사고대책본부장인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을 통해 이뤄졌다.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수온이 떨어지고 선체 붕괴 위험이 크며 잠수사들의 체력이 고갈돼 더 이상의 수색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정상적’인 반응이라면, 아직까지 아들 딸들을 품에 안지 못한 9명의 실종자 유가족들이 크게 반발해 또 다른 논란을 낳을 법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공식입장 발표에는 하나의 ‘반전’이 있었다. 실종자 유가족들은 자청해 ‘수색 종료’를 요청했다. 아직도 저 찬 바닷속에 아들 딸들이 있는데, 그들이 눈물을 머금고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이주영 장관의 ‘진정성’이 있었다. 그는 발표 직후 팽목항 진도체육관으로 달려가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며 죄인임을 자처했고, 사과했고, ‘용단’에 감사해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장관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주무부서 수장으로 그 책임을 면할 길이 없었다. ‘해수부 대수술’이라는 치욕까지 겪으면서 무능한 부서의 무능한 장관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써야 했다.
그러나 그는 진도 팽목항에서 넉달 동안 쪽잠을 자며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실종자 수색을 위해 누구보다 앞서 일을 했다. 아무렇게나 자란 머리카락과 덥수룩한 수염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됐었다. 그런 그의 ‘무성의한 외양’을 두고 ‘쇼맨십’이었다고 비하하고 싶지는 않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겠다던 약속을 뒤집고, 광화문 광장에서 그 긴 시간동안 농성을 벌였던 유가족들을 만나는 것조차 인색해했던 박 대통령의 ‘냉랭함’이나, 다른 부서의 수장들이 궁색한 변명과 ‘네 탓이오’로 책임 회피에 급급해할 때, 그는 늘 ‘죄인된 심정’으로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고 함께 했다.
온 국가의 총체적 부실이 세월호 참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음에도 그 난맥상을 바로잡기 위한 진정성있는 노력들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찌보면 자연인 이주영으로서는 차라리 참사 직후 사퇴했던 것이 더 편하고 쉬운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전국민의 분노의 눈길과 유가족들의 원망을 감내해가며 묵묵히 자기 일을 수행했다. 그런 모욕과 비난에도 그것은 그에게 던져진 천형(天刑)과도 같은 ‘책임’이라는 인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른 이들과 견주어볼 때 그의 진정성 있는 행보는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그런 맥락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속담은 ‘소를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치기’로 고쳐져야 한다.
당초 이 장관은 세월호 참사 이후 사퇴를 밝혔다가, 수색이 끝난 이후 사퇴하겠다고 번복했었다. 이제 그의 ‘소임’은 완료됐다. 이제 그 무거웠던 짐을 벗고 자연인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 중폭의 개각이 예상되는 이유다. 그런데 찜찜한 ‘사족’처럼 말들이 또 붙는다. 총리 기용설이나 원내대표설 등이다. 제발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그가 자연인의 한 사람으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그의 진정성을 훼손하지 않게 하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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