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피폐해진 작은 마을에 혼자 사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할머니는 가난하게 살아온 데다 가진 것도 다 떨어지고 먹을 것도 없었다. 벌써 여러 날 굶던 어느 날 할머니는 집 구석구석을 뒤져서 겨우 냄비 하나를 찾아냈다. 그리고는 그 냄비를 가지고 사람들이 다니는 큰 거리로 나갔다. 냇가에 가서 냄비에 깨끗한 물을 담아왔다. 거기에 깨끗하게 씻은 돌멩이 하나를 함께 넣었다. 그리고 거리에서 돌을 주어 와 받쳐서 냄비를 얹고 나뭇가지를 주워 와 냄비의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소금장수가 지나가다가 할머니를 보고 물었다. “할머니 뭐 하고 계세요?” 할머니가 대답했다. “우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아주 특별하고 맛있는 수프를 끓이는 비법이 있는데 조금 있으면 수프가 다 되니 한 술 먹고 가시우.” 소금 장수는 돌멩이 하나로 어떻게 맛있는 수프를 끓이는 것일까? 특별한 비법의 수프 맛이 너무 궁금해 수프가 다 되기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 수프에 소금은 넣었는지 궁금했다. 할머니에게 “할머니, 수프에 소금은 넣었나요? 아직 안 넣으셨다면 제가 가진 소금을 좀 넣으세요”라고 청했고, 이 말은 들은 할머니는 냄비에 소금장수의 소금을 넣고 계속 수프를 끓였다.
이윽고 배추장수가 지나가다가 할머니와 소금장수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 다가와 물었다. “뭐하고 계세요?” 할머니는 자신의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특별한 수프를 끓이는 중이라며 다 되면 먹고 가라고 말했다. 배추장수도 거기 서서 수프가 다 되기를 기다렸다. 냄비에 배추가 안 들어간 것을 보고 자신이 가진 배추를 좀 넣어도 되는지 물었다. 냄비에는 배추가 더해져 끓게 되었다.
때마침 고기장수가 지나가다가 또 이 광경을 보고 호기심에 이끌려 다가왔다. 그 역시 할머니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특별한 비법의 수프 맛이 궁금하여 수프가 다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고기가 있음을 알아차리고는 냄비에 고기를 넣어도 되는지 물었다. 냄비는 이제 고기가 더해져 끓고 있었다.
할머니는 드디어 수프가 다 되었노라고 말했고 각자 한 그릇의 수프를 먹게 되었다. 모두모두 정말 오랜만에 따뜻하고 맛있는 수프를 배부르게 흠뻑 나누어 먹으며 모두 만족했다. 전쟁으로 인해 오랫동안 굶었던 할머니도 따뜻한 수프로 배를 채울 수 있었다. (프랑스 동화 ‘돌멩이수프이야기’)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받아들임의 태도에 대해서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이미 결정이 나버린 상황을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는 점이다. 오히려 모두를 잃었지만 자신에게 남은 자원을 찾는다. 그리고 남은 자원을 찾아 밖으로 나온다. 곤궁에 처한 상황에서는 반드시 밖으로 나와야 타인의 도움 받을 수 있다. 밖으로 나와서 돌멩이수프를 끓인다.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돌멩이를 넣고 수프를 끓이는 행위는 창조적 지혜이다.
우울감이나 무가치감의 트랜스에 빠진 사람이나 과거의 스토리를 끊임없이 재탕하는 사람 즉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들은 자신의 자원을 찾지 않는다. 찾아도 과소평가한다. 이들은 이미 주어진 불가항력적인 조건이나 이미 지나간 일이나 자연이나 신에 속한 일에 얽매인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이다.
이야기 속의 할머니처럼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자원을 찾아낸다. 이런 사람은 지금 남아 있는 나의 자원을 찾는다. 그것은 자신이 가진 내적인 능력일 수도 물질일 수도 지식일 수도 심리일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같지만 실행에 옮긴다. 그때 신(神)이 익명으로 떠돌다가 우연이란 이름으로 개입하여 그를 돕는다. 소금장수, 배추장수, 고기장수는 할머니를 돕도록 신이 보낸 조력자들이다. <권희돈 청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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