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기 (청주대 항공운항학과교수 )

 

  최근 경제자유구역청과 충북도의회 간에 항공 MRO산업단지 착수예산 확보를 두고 서로 다른 의견으로 대립하고 있으며, 감정적 문제까지 곁들여져 논의의 쟁점이 흐려지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어 안타깝다. 이 논의의 쟁점은 에어로폴리스에 투자할 기업이 먼저냐? 기업이 들어 올 수 있는 부지조성 착수가 먼저냐? 하는 것이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다. 하지만 이 판단을 내리기 전에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산청에 제2공장을 건립한 예를 들어보자. 2012년 사천지역에서 공장부지를 찾던 이 회사는 적절한 부지가 조성될 수 없음을 알고 약50km 떨어진 산청 제2농공단지에 A320 항공기 날개부품공장을 1년 만에 완공해 운영하고 있다. 주변에는 여러 협력·부품업체들이 추가로 공장을 짓고 있다고 한다. 기업의 선택을 기다리는 미온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기업의 요구를 구비해 선택토록 만드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청주를 비롯한 인천, 무안, 사천 등 전국 각 지역에서 항공MRO산업 육성 및 투자기업 유치를 위한 각 지자체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국토부에서는 국내 항공MRO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발전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토부의 ‘항공MRO 산업발전방안’에 대한 용역결과 발표를 앞두고 각 지자체들은 항공MRO 선도기업을 투자유치해 정부지원 수혜지역으로 선정되기 위한 물밑 경쟁을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청주 에어로폴리스는 항공MRO산업 육성·발전지역으로서 각 경쟁지역과 비교 시 종합적으로 우수한 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토의 중심인 지리적 여건, 고속도로와 철도 등 교통의 요지, 정비시설 건설 시 기부채납이 적용되지 않고 입주기업에게 임대 또는 매각하는 부지제공조건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부지 확보 측면에서는 타 경쟁지역보다 열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청주 에어로폴리스 MRO부지는 원형지로서, 먼저 공장부지 조성이 완료되어야 기업이 계획한 공장시설 건설이 가능하다. 또한 성토부분이 다른 지역보다 많아 공장용지 조성은 최소 2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부지 조성 후에도 MRO기업의 정비고 건설에도 1년이 소요되므로 MRO기업이 사업을 착수하려면 최소 3년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기업의 신규사업 추진 시 사업착수 시기는 매우 중요한 고려요소로서 부지조성이 착수조차 돼있지 않다면 투자여부에 결정적인 부정요인이 될 것이다.
청주 에어로폴리스가 타 지역을 제치고 항공MRO 산업단지로서의 경쟁우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조속한 시기에 부지 조성공사를 착수해 타 지역보다 열세한 MRO부지 여건을 개선해야한다. 이미 부지조성이 완료된 경쟁 지자체도 있지만 아직 늦지는 않았다. 내년에라도 부지조성 사업을 착수한다면, 관심기업의 사업착수 요구 시기에 근접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충북은 항공MRO산업 육성·발전을 위한 각오와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머뭇거리며 시간을 끄는 동안 에어로폴리스 항공MRO산업은 영영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에어로폴리스 MRO부지 조성이 도비로 착수되므로 도민의 혈세를 헛되이 낭비하지 않기 위해 부지조성비 사용에 대한 세심한 검토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의 요구가 구비대 있지 않고, 이에 부응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면, 기업은 절대로 청주 에어로폴리스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충북은 오랫동안 청주 에어로폴리스에 항공MRO사업 투자기업 유치 및 항공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해오고 있다. 정부의 항공MRO산업 육성/발전지역 선정시 비교우위를 확보하고, 기업의 투자여부를 확정지을 수 있도록 현 시점에서 MRO부지 조성에 대한 충북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중앙정부의 육성·발전 지원, 선도기업의 투자 그리고 충북의 의지가 융합된다면 충북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에어로폴리스 항공MRO산업 태동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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