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부국장

요즘 충북도의회가 열심히 일할 생각인가 보다.
전국 최고 수준의 의정비 인상을 요구하며, “앞으로 열심히 일할 테니 의정비를 올려달라”고 하는 모양을 보니.
그런데 지역주민이 가장 믿지 못하는 말은 정치인들이 ‘앞으로 열심히 일하겠다’는 말이니, 그 말을 누가 믿겠는가.
이들의 요구를 반대로 생각하면, 그동안 일을 열심히 안했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의정비가 적어서 일을 안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의 의정비가 적다는 게 맞는 말일까.
충북도의원들이 받는 연간 의정비는 지난해말 기준 4968만원으로, 한 달 평균 414만원 꼴이다.
우리나라 4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2014년 기준으로 월 163만829원으로 연간 1956만9948만원에 그치고 있다.
또 2014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 일당은 4만1000원으로,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한다 해도 1496만5000원에 불과하다.
4인 가구 최저생계비의 두 배가 넘는 고액을 받는 도의원들이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하기에 그 돈이 적다고 하는지.
연간 회기일수가 130일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일당은 38만2154원으로 근로자 평균 일당의 9.3배에 이른다.
사정이 이런 데도 의정비가 적다며 연간 400만원을 올려달라고 생떼를 부리고 있다. 의정비가 적어서 일을 못하겠다며.
도의회는 또 현행법상 위법인 재량사업비를 유지해야 한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소위 주민숙원사업비라는 명목으로 용도조차 명확하지 않게 해마다 의원 1인당 3억원에서 4억원 정도의 의원 재량사업비가 관행적으로 편성돼 왔다.
재량사업비는 의원들의 선심성 예산으로 이른바 ‘묻지마 예산’이다.
지방자치법 127조 ‘예산의 편성 및 의결’ 조항에 따르면 자치단체의 예산 편성 권한은 자치단체장에게 부여돼 있다.
그럼에도 도의회는 이같은 법규를 무시한 채 의원 재량사업비를 예산에 편성할 것을 해마다 요구해 왔다.
감사원은 이같은 관행에 대해 감사를 벌여, ‘의원 1인당 일정액씩 예산을 편성해 선심성 사업비로 예산을 집행하는 일이 없도록 시정할 것’을 안전행정부를 통해 각 지자체에 요구했다.
현행 법규상 명백한 위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의회가 이같은 위법을 놓고 존폐 여부를 가리겠다는 이상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
지자체의 행정이나 예산 집행 등을 면밀히 감시, 위법 사항에 대해 시정토록 요구해야 할 도의회가 오히려 지자체에 위법행위를 부추기는 셈이다.
위법이면 당연히 없애는 것이 마땅한 데도, 도의회는 이를 없애야 하는지, 아니면 그대로 놔둬야 하는지를 의원들이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참으로 해괴하고 웃기는 일이다.
도의원들에게 관행적으로 배정돼 온 의원 재량사업비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의원 1인당 4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3억9000만원의 의원 재량사업비가 편성됐다.
전체 의원이 31명이니, 의원 재량사업비를 모두 합하면 연간 120억원이 넘고 4년 재임기간 동안 의원 재량사업비 총액은 500억원에 달한다.
내년도 충북도 예산에 포함돼 있는 초·중학교 무상급식비용이 183억원이고, 지역균형발전사업비가 217억원임을 감안하면, 의원 재량사업비를 폐지하면 초·중고 무상급식비용을 거의 충당할 수 있고 지역균형발전사업도 50% 정도 확대할 수 있다.
주민들의 신뢰와 지지도 못받는 도의회가 무슨 염치로 의정비를 400만원이나 올려달라고 하며, 위법인 의원 재량사업비를 존치시키겠다고 하는지 묻고 싶다.
자신들에 대한 여론도 모른 채 ‘임도 보고 뽕도 따겠다’는 어리석은 심산이라면, ‘이청득심(以聽得心)’의 교훈부터 되새겨야 한다.
왜 자신들의 의정비 인상과 재량사업비 폐지에 비판 여론이 높은지부터 반성하고, 그 여론에 귀기울여 민심을 얻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지역주민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한 후에나 의정비 인상을 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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