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안전보건공단 충북지사 교육문화팀장)

중국의 어느 화가는 작품을 시작할 때의 일획(一?), 즉 최초의 한 획이 그림을 구성하는 모든 자연과 사람·사물의 규칙을 정한다고 말하였다. 처음 그어진 획으로부터 또 다른 획이 쌓이고 쌓이는 과정이 반복되면 마침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화가가 세우는 최초의 일획, 중심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일획의 철학은 또한 시작의 중요성을 담고 있다. 기초적인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자 곧 핵심이라는 것을 화가의 일획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산재예방에서의 일획은 무엇일까?
산업재해가 없다는 것은 사고나 사고의 위험이 없으며 근로자가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에 있음을 뜻한다. 안전을 영위하는 것은 본래 인간의 본성에 속하는 것이다.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 5단계 중 생리적 욕구 다음으로 충족되어야 하는 것으로 안전의 욕구를 들기도 했다. 하지만 안전을 보장받고 누리고 싶은 산업현장에서는 돌발적 상황에 의한 재해, 또는 평소에 이유를 알지 못하여 당하는 재해가 지금도 혼재되어 삶을 위협하고 있다. 경험하고 밝혀진 재해요인을 공유하고 습득하여 현장에 적용 가능하도록 하는 안전교육이야말로 산재예방의 첫걸음이자 일획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고는 불안전상태에서 불안전행동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불안전행동을 위한 안전대책은 일반적으로 Education, Enforcement, Engineering, Equipment(교육, 관리, 기술, 장비)의 4E로 나타내는데, 그중에 교육의 의미를 보면 세 가지로 분류된다. 모르면 당연히 할 수 없으므로 지식을 부여하는 것이 첫 번째, ‘지식교육’이다. 두 번째, 알고 있지만 할 수 없는 사람들, 즉 지식은 보유하고 있으나 실제로 실행방법을 모르는 이들을 위해 기술을 체득시키는 것이 ‘기능교육’이다. 마지막으로 알고 있지만 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태도교육’이다. 지식교육과 기능교육이 체화된 상태에서 교육을 받는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불안전행동을 하지 않도록 태도를 형성하고 이를 습관화하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맹모가 맹자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건설업에서 행해지는 기초안전보건교육과 같이 의무적으로 이수해야하는 교육과정이 존재하지만 교육 등의 재해예방과정은 막상 산업현장에서 등한시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경제적인 이유가 손꼽힌다. 생산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재해예방에 드는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재해예방은 최선이 아닌 차선이 되고 만다. 하지만 향후 발생하는 인적·물적 자원과 회사 명성에 대한 손실을 생각하면 재해예방은 당장의 손해가 아닌 ‘투자’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안전보건교육도 장래를 위한 투자로서 적극 행해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 안전보건공단에서는 교육대상별로 경영층, 중간관리층, 근로자, 취약계층으로 나누어 단계별로 전문화된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는 외국인이나 여성, 장년층 근로자가 더욱 늘어날 전망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보건교육이 더욱 확충되어야 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교육시스템에도 지속적인 변화가 필요하지만 교육이 중요하다는 사실 자체는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대형사고가 계속되어 어느 때보다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교육이 재해예방의 기초이자 중심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인지하고 더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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