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20일 상당수의 인터넷 서점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됐다. 도서정가제가 21일 전면 시행되면서 마지막으로 책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한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몰려서다. 오후 2~3시께부터 마비되기 시작한 홈페이지는 밤 12시가 되어서도 쉽게 복구되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인터넷 서점은 물론이고 오프라인 대형서점들에서는 재고를 80~90% 할인하며 책을 땡 처리 하고 있었다. 주위에서는 책 사재기가 시작됐다. 몇 백 만원어치 책을 사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중고도서는 도서정가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했지만 청주의 한 중고서적 전문점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사람들에게 ‘도서정가제 시행’은 ‘책값 인상’과 동의어처럼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기자가 20일 오전 인터넷 서점 홈페이지 카트에 담아 놓았던 책 27권 15만1700원의 가격은 21일이 되자 26만3970원으로 바뀌었다. 하루만에 11만2270원이 오른 것이다. 책 한 권당 평균적으로 4158원이 오른 셈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책 한 권당 220원의 인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인상의 폭은 그보다 훨씬 큰 것이다.

도서정가제는 출판사가 판매를 목적으로 도서를 발행하는 경우 도서에 정가를 표시하고, 판매자는 최종소비자에게 표시된 정가대로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미 2003년 2월부터 시행되고 있던 현행 도서정가제를 실용서와 초등 학습참고서를 포함한 모든 도서와 18개월이 지난 도서로 대상을 확대하고, 정가의 15% 이내로 할인의 폭을 좁힌 것이다.

정부는 도서정가제 개정 후 중소출판사의 경영 개선 및 출판 활성화, 지역서점 경쟁력 제고 및 활성화, 소비자의 양서에 대한 접근성 강화 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한국 국민 중 3명 중 한 명은 1년에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책 안 읽는 국민들이 신간은 물론, 구간까지 비싸진 책을 이전보다 더 많이 사서 보려고 할까? 아마도 사람들은 책을 더 멀리하게 될 것이다. 지역서점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말도 어불성설이다. 몇 안되는 지역서점을 살리자기에 이미 시행 시기가 너무 늦어 버린 것이다. 책 한 권만 사도 10% 할인에 집까지 배달까지 해 주는 인터넷 서점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이 도서정가제가 시행됐다고 동네서점을 찾을까?

정부는 출판사가 자발적으로 책값을 낮춘 재정가도서들이 쏟아져 나올 것을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과연 얼마나 많은 출판사들이 ‘자발적으로’ 책값을 내리려 할지도 의문이다. 시장 경제를 거스르는 이 제도가 ‘제2의 단통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피해자가 되는 도서정가제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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