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5년에 한 번 정도 감기에 걸린다는 임창정(41)은 지독한 감기로 최근 링거를 맞았다고 했다. 24일 발매하는 새 앨범을 준비하며 무리한 듯 보였다.

 지난 3월 낸 12집이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하며 가수로서의 입지를 굳힌 터라 부담이 생긴건지 묻자 "절대 아니다. 더 잘 나가려고, 1등 하려고 하는 건 욕심이다. 그런 건 하늘이 때가 되면 노력의 대가로 선물 차원에서 응답해주는 것 같다"고 손사래를 쳤다.  

최근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겸 가수 임창정을 인터뷰했다.

 즐기면서 음악을 만들었더니 목표가 이뤄지는 경험을 했다는 그는 이번에도 오로지 팬들과 즐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앨범을 만들었다고 했다. 발라드와 댄스를 아우르는 가수답게 댄스곡 '임박사와 함께 춤을'과 발라드곡 '친한 사람'을 더블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그중 '임박사와 함께 춤을'은 12집 수록곡이었지만 새롭게 편곡해 아예 다른 느낌의 곡으로 재탄생시켰다. 멜로디를 다시 써서 쉽게 따라부를 수 있도록 했고 걸그룹 EXID의 엘리가 랩을 더했다. '테크노 뽕짝'으로 인기를 얻은 '신바람 가수' 이박사가 원곡에서 넣어준 추임새는 그대로 살렸다.

 임창정이 이 곡을 다시 선곡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처럼 "웃으며 살자"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다.

 그는 지난 몇 년간 개인적으로 웃을 일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많이 힘들었지만 '좋은 일이 생긴 것처럼 웃어보자'는 생각에 거울을 보고, 화장실에서 1분 동안 '미친놈'처럼 웃어봤다. 그랬더니 좋은 일이 잇달아 생겼고 그 일 때문에 더 웃게 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이 경험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웃으면 기적 같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요. 짧은 인생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인생살이니 돈 없다고 의기소침해 하지 말자는 거죠. 익살스런 철학을 담았어요."

그는 이어 "100년을 살면 하늘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횟수의 행복과 불행을 준다고 한다"며 "행복할 기회를 세 번 주면 불행할 기회도 세 번을 준다. 그러니 행복하다고 거만하게 축배를 들지 말고, 불행하다고 남들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노래에 발맞춰 뮤직비디오와 춤 동작도 '완전히 웃자'는 의도로 만들었다.

 뮤직비디오에는 마당발로 유명한 임창정의 인맥이 총출동했다. 그는 지인들에게 "평소 웃는 모습을 '셀카'로 찍어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누구도 거절하지 않고 이메일과 카톡으로 영상을 보내줬다.

신동엽, 이범수, 김진표, 공형진, 조권, 용감한형제, 유세윤, 감우성, 오현경, 이선희, 에일리, 바비킴, 에픽하이, 씨스타, 최다니엘, 백지영, 박경림, 설운도, 에이핑크, 김창렬 등 출연진이 60여 명에 이른다.  
 그는 "스타들의 웃음을 담았다"며 "아이돌 가수부터 설운도 선배님 같은 윗세대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참여해줘 어떻게 보답할지 고민"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안무에도 짱구 춤부터 현진영 춤, 마이클잭슨의 춤 등 대중이 알 만한 포인트 동작을 넣었다.

 그가 이처럼 뮤직비디오에 공을 들인 데는 지난해 발표한 곡'문을 여시오'의 뮤직비디오가 코믹한 연출과 유명인들의 카메오 출연으로 온라인에서 크게 주목받은 데 따른 것이다. 이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수 800만 건에 육박하며 특히 해외 누리꾼 사이에서는 '싸이의 강남스타일만큼 재미있다'는 평도 들었다.

 그는 "'문을 여시오'를 통해 '아, 이걸 재미있어하시는구나'란 생각에 자신감을 얻었다"며 "사실 나이 먹고 주책바가지로 보일까 봐 고민했는데 이때 용기를 얻어 더 즐겁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제2의 싸이'란 평에는 "싸이처럼 잘 되면 좋지만 그건 큰 욕심"이라며 "싸이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이다. 하하. 그걸 닮는다는 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저 부러워하고 박수쳐주고 존경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견주는 것만으로도 황송하다"고 웃었다.

 또 다른 곡 '친한 사람'은 감성적인 발라드로 가을이란 계절과 맞물려 음원차트에서 댄스곡보다 더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 고백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픔을 담은 곡으로 "사랑하는 걸 알면 멀리할까 봐 고백하지 못하고 어디 가서도 친한 사람이라고만 얘기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잇달아 앨범을 내며 히트곡을 낸 그는 가수로서 재도약한 모양새다. 과거 배우로서 영화에 무게 중심을 둔 때와는 달라진 행보다. 그러나 그는 내년에는 계획해둔 출연작이 많아 더 바빠질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다음 달부터 영화 '치외법권' 촬영을 시작한다"며 "또 내년에는 중국 영화에도 출연할 것 같다. 한국과 중국의 코믹 배우를 내세운 작품이라고 한다. 드라마도 하고 싶은데 아직은 안 들어온다"고 웃었다.

 앨범 작업을 마친 그는 지금도 연말 공연 준비를 하랴, 영화 관계자들과 미팅하랴, 동대문 등지에 그의 히트곡 이름을 따서 낸 포장마차 '소주 한잔'을 운영하랴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그는 "매일 스케줄이 끝나면 포차에 가서 2~3시간 머물며 손님에게 사인도 해주고 사진도 찍어준다"며 "영화 감독님들과 미팅도 그곳에서 한다. 나에게 궁금한 게 있으면 그리 오라. 마침 김창렬이 내 가게 옆에 '맥주 한잔'도 오픈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가 오는 12월 24~25일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여는 공연은 올해 성황리에 마친 전국투어의 앙코르 무대다.

 그는 "지난 투어 때 올림픽공원에서 공연하며 체육관에서 공연하고픈 소원을 이뤘다"며 "'이래서 인생이 재미있는 거구나'라고 느꼈다. 앞으로 공연을 주기적으로 할 생각이다. 그러려면 앨범을 내며 현역으로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공연 때 앞 자리에 60대 어르신과 30대 여자분, 10대 딸이 같이 앉아 '소주 한잔'을 따라부르는 걸 보고 울컥했어요. '저 그림을 4대로 만들어보자, 그런 가수가 돼보자'란 생각을 했죠. 웃었더니 이런 일이 생긴 거예요. 100살까지 공연하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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