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위헌성 여부를 다투는 최종변론이 25일 진행됐다. 헌재가 법무부의 정당해산심판청구에 따라 진보당의 '종북'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 절차에 들어간지 1년여만이다. 이날 헌재 앞에서는 통합진보당 해산 찬반집회와 회견이 잇따라 열려 이 문제에 쏠려있는 우리 사회의 관심과 극명한 시각차를 그대로 대변했다. 헌재의 최종결정은 이르면 연내 이뤄질 전망이다.
사안의 핵심은 통합진보당 조직과 활동, 설립목적 등의 위헌성 여부다. 당 조직과 구성원이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가치와 질서를 부정하고 침해하려는 목적과 활동을 벌였는지 법적 잣대로 판단하는 게 요체다. 여기서 북한의 대남전략과의 연계 여부, 즉 '종북성'이 핵심쟁점이다. 이날 18차 기일에 이르기까지 법무부쪽이 제출한 증거는 모두 3000건에 육박하고, 통합진보당측이 제기한 서면증거 서류도 근 1000건에 달한다. 약 17만건에 달하는 방대한 사건기록은 이번 사안을 놓고 정부와 통합진보당이 벌이는 '사투'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정부로서는 위헌결정을 못얻어낼 경우 진보정당에 대한 공안탄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반면 위헌결정이 내려질 경우 진보당으로서는 헌법적 보호를 받는 정당으로서의 존립을 부정당하는 동시에 이념지형에서도 '종북' 딱지가 단순히 이미지가 아닌 사법적 판단으로 확정되기 때문이다. 내년 1월말께 상고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이석기 의원 등의 'RO' 내란 사건은 이번 심판청구의 결정적 계기가 된 만큼 헌재 결정과의 선후관계 및 판결의 향배가 주목받고 있다. 이날 최종변론에서 양측이 200쪽으로 압축한 최종 서면진술도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헌정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심판 사건을 놓고 또다시 격돌했다.
황 장관은 작은 개미굴이 둑 전체를 무너뜨린다는 뜻의 고사성어 '제궤의혈(堤潰蟻穴)'까지 언급하며 통합진보당 해산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황 장관은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의 보호'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적 민주주의', '민중주권주의'라는 미명 하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이 정당의 탈을 쓰고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보당을 '주사파 지하조직에서 출발한 헌법 파괴 세력이 정당 조직을 장악해 마침내 만든 '북한 추종세력의 본거지'로 규정했다.
반면 진보당은 이번 사안 자체가 '국가정보원 증거조작에 대한 국면전환용 사건'이라는 시각이다. 이 대표는 "북으로부터의 지령을 실현시키라는 지시를 받은 바 없고 진보당이 일부 민혁당 잔존세력에 조종되는 정당이라는 정부 주장도 사실과 전혀 다르다"면서 "진보당이 연방제 통일을 이루고 나면 북한식 사회주의를 채택할 것이라는 정부 주장도 근거 없는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정당이 해산하느냐 마느냐의 차원을 넘어 후손들에게 자유와 번영의 미래를 물려줄 것인지, 아니면 억압과 굶주림의 고통을 짊어지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헌법적 기본질서 수호를 위해 헌재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을 믿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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