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폭 인상… 비난자초

충북도의원들의 내년도 의정비 인상폭이 전국 최대치를 기록했다.

충북도 의정비심의위원회는 26일 오후 5차 회의를 열고 도의원 의정비를 올해 4968만원에서 내년 5400만원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고정급인 의정활동비 1800만원을 제외할 때 12개월치 월정수당이 3168만원에서 3600만원으로 13.6% 인상되는 것이다.

심의위원회는 도의회가 요구한 13.6%의 인상률을 검토하겠다며 공청회까지 열었지만 반대여론에도 결국 이렇게 결정했다.

더욱이 의정비 인상의 조건으로 내건 재량사업비(주민 숙원사업비) 폐지에 대해 도의원들이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는데도, 이 조건을 제시한 충북도 의정비 심의위원회는 이런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의회 거수기' 노릇을 자처한 꼴이 됐다.

의정비 심의위원회가 제정을 촉구한 '행동강령 조례' 역시 출판기념회 금지나 외부 강연료 상한선 설정 등이 빠진 '속 빈 강정'에 그쳤지만 이 역시 의정비 심의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도의회는 다음 달까지 재량사업비 존폐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폐지될 것으로 보는 도민들은 거의 없다.

도의원들로서는 개인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의정비를 챙긴 상황이지만, 유권자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선출직의 속성상 재량사업비를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의정비를 13.6%를 올려달라던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면서 한 마리의 토끼를 잡은 도의원들은 내년도 재량사업비라는 또 한 마리의 토끼를 잡는데 '올인' 할 가능성이 커졌다.

충북도는 매년 도의원들에게 1인당 3억∼3억5000만원의 재량사업비를 편성해 왔다.

특히 올해 당초 예산에 의원 1인당 3억원씩, 지금은 폐지된 교육위원(4명)을 포함해 35명의 의원들에게 총 105억원의 재량사업비를 지급한 데 이어 6·4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도의원 31명당 9000만원씩, 총 27억9000만원을 추가 편성했다.

지난 6월 말로 임기가 끝난 제9대 도의원들이 올해에 쓸 재량사업비를 모두 소진하자 새로 선출된 10대 도의원이 추가 편성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올해 재량사업비로 지출된 도민의 혈세는 무려 132억9000만원에 달했다.

이럴 정도로 극성인 도의원들의 태도로 유추해 보면 내년에 쓸 의원 재량사업비 편성 요구가 자명해 보인다.

자신들의 체면치레에 필요한 재량사업비를 편성해 달라는 식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도의원들의 입을 틀어막았던 의정비라는 재갈마저 풀린 꼴이 됐다.

이날 오후 4시부터 2시간 반 넘게 열린 회의에서 의정비 인상률을 둘러싼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등 진통이 초래됐으나 10명의 위원은 결국 대폭 인상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만 심의위원회는 2016년부터 향후 3년간은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확정된 의정비는 ‘충북도의회 의원 의정활동비 등의 지급에 관한 조례’ 개정을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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