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제·주민감사청구 등 합법적 압박 필요
주민단체·사회단체 연계 의정비 인상 철회 촉구
일부 지방의회 의정비·해외연수비 환수 사례

충북도의회가 의정비심의위원회를 들러리로 내세워 전국 최고 수준의 의정비 인상을 강행, 지역주민의 비난이 거센 가운데 주민소환제·주민감사청구 등 제도적 수단을 통해 의정비 인상 철회를 압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련기사 3·4면

특히 일부 자치단체 주민들이 주민감사청구와 소송 등을 통해 의정비나 해외연수비 환수를 이끌어낸 사례가 있는 만큼 주민단체와 사회단체가 연계, 강력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 의정비심의위원회는 26일 도의원 의정비를 4968만원에서 내년부터 5400만원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의정비 총액 기준으로는 8.6%나 올린 것이며, 고정급으로 인상이 불가능한 의정활동비를 제외한 월정수당 기준으로는 무려 13.6% 인상으로 전국 최고 인상폭이다.

이 과정에서 의정비심의위는 의정비 인상에 대한 주민 여론이 부정적인 점을 의식, 여론조사 대신 공청회로 대체하는 꼼수를 부렸다.

사실상 의정비 인상에 찬성하는 사람들로 일방적인 공청회를 개최, 의정비 인상에 대한 정당성을 만든 뒤 도의회가 요구한 인상폭을 수정없이 그대로 반영하는 들러리 역할에 충실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이번 의정비 인상 강행은 도의회가 주연을 맡고 의정비심의위가 조연을 맡아 관람객도 없이 흥행 성공을 일궈낸 ‘대주민 사기극’인 셈이다.

이같은 도의회의 전국 최고 수준의 의정비 인상 강행에 대해 지역주민과 유권자들이 힘을 모아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이 증폭되고 있다.

지역과 주민을 위해 일하라고 유권자들이 뽑아준 도의원들이 주민의 뜻과 기대를 저버린 채 자신들의 뱃속 불리기를 위해 도민 혈세를 낭비하는 행태에 대해 도민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더욱이 충북도의 채무액이 지난해 기준 6105억원으로 1인당 39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평균 재산이 5억원에 달하는 도의원들이 400만원이 넘는 의정비를 올리겠다는 것은,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를 위해 주민 부채 부담을 가중시키겠다는 작태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주민소환제나 주민감사청구, 소송 등 합법적 수단은 물론 주민집회 등 물리적 수단을 동원해 도의원들의 의정비 인상 강행을 철회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민소환제는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의 독단적 행정이나 각종 부조리 등을 막기 위해 주민 투표로 해임할 수 있는 제도로 2007년 7월 도입됐으며, 광역단체장의 경우 전체 유권자의 10% 이상, 기초단체장은 전체 유권자의 15% 이상, 지방의원은 전체 유권자의 20% 이상 동의를 얻어 주민투표를 실시한 뒤 전체 유권자의 3분 1 이상이 투표해 과반 찬성이 나오면 해임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규정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정부가 최근 마련한 지방자치제도 개선계획에 주민소환제도 규정을 완화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주민감사청구는 행정이 법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해한다고 인정되는 경우 해당 지자체 20세 이상 주민 3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청구할 수 있다.

지난 2월 성북구 주민들은 성북구의회 의원들이 의정활동과 상관없는 관광성 해외연수를 다녀왔다며 서울시에 주민감사를 청구, 해외연수 경비를 환수한 사례가 있다.

이에 앞서 2009년엔 서울시 도봉·금천·양천구 주민들이 구의회 의원들의 부당하게 의정비를 인상했다며 주민감사를 청구한 데 이어 소송까지 진행해 법원으로부터 ‘해당 구청은 인상된 의정비를 환수하라’는 판결을 받아 낸 사례도 있다.

이같은 선례를 반영, 주민 여론을 무시한 채 의정비심의위를 들러리로 내세워 전국 최고 수준의 의정비 인상을 강행한 도의원들의 의정비 인상분을 환수하거나, 스스로 의정비 인상 철회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유권자들과 주민·사회단체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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