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서 번개(연)탄 소비가 늘고 있다.
번개탄은 오래 전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서민들의 언 몸을 녹이고 고기를 맛있게 구워먹을 때 사용되면서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 번개탄이 언제부턴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끔찍한 용도로 사용돼 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서로 눈치를 보는 어색한 상황이 연출됐고 일부 번개탄 포장지에는 자살방지 문구까지 삽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22일과 23일 청주 오창에서도 번개탄을 이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번개탄은 죽음의 도구라는 인식이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돼 공포감마저 들기 시작했다. 
2008년 탤런트 고(故) 안재환씨가 자신의 차량 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번개탄을 이용한 모방 자살이 급증했다. 전국적으로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자는 2007년 66명에 불과했으나 2008년 262명으로 급증했고 이후에도 계속 증가해 2009년 721명, 2010년 641명에 이어 2011년에는 1125명으로 2007년 66명에 비해 무려 17배나 늘어났다. 문제는 자면서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또한 번개탄은 어디에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사람들을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차량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8년 전체 자살의 2%에 불과했던 번개탄 자살은 2012년 전체 자살 건수의 8%까지 늘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번개탄 판매를 제한 한다거나 번개탄의 성분을 변형해 인체에 해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모두 현실성이 없고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전국에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15만~20만 가구 정도다. 이들 대부분은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또 전국에 100개 이상인 번개탄 공장도 대부분 영세공장이다. 자살예방 대책이 가뜩이나 생활이 힘든 이들 영세민들의 생계를 위협해 또 다른 자살을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선 피상적인 접근이 아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번개탄이 자살에 이용된다고 해서 판매를 제한하자거나, 현실성도 없이 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쌩뚱맞은 말들은 사회문제에 대한 안일한 접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단 번개탄 문제 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정부와 관계기관, 사회단체 등이 책상머리에만 앉아서 얼마나 안일하고 피상적인 대안만 내놓고 있는지를 깊이 각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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