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현 정부 비선실세로 꼽히는 정윤회 씨가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권력'과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국정에 개입했다는 취지의 청와대 내부 문건이 보도돼 파장을 낳고 있다.

 세계일보는 28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명의의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이 달린 문건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건에는 현정부 비선실세로 항간에 회자되어온 정윤회 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3명의 비서가 외부에서 만나 국정정보를 교류하고 김기춘 비서실장 등을 포함한 청와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주장이 담겨있다.

 문제의 문건은 올해 1월6일 작성됐으며, 당시 증권가 찌라시(정보지)와 정치권에 떠돌던 `김기춘 비서실장 중병설 및 교체설' 등의 루머가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파악하려는 '감찰'의 목적이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이 문건에는 정 씨와 청와대 핵심 비서관 3인을 포함한 10명의 인사가 정기적으로 만났고, 청와대 내부 사정과 인사 문제를 논의했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문건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 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 등 이른바 비서 3인방의 실명을 적시했으며, 10명에 대해선 '십상시'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또한 문건에는 정 씨가 "김 실장은 000이 VIP께 추천해 비서실장이 됐는데 `검찰 다잡기'만 끝나면 그만두게 할 예정이다. 시점은 2014년 초.중순으로 잡고 있으며 7인회 원로인 000도 최근 김 실장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의혹과 "정보지 및 일부 언론을 통해 바람잡기를 할 수 있도록 정씨가 유포를 지시했다"는 내용도 실려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보도된 문건이 감찰 보고서가 아니라 이른바 증권가 찌라시에 나오는 풍문을 취합한 동향 보고 수준의 문건에 불과하다며 문건에 적시된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정면으로 반박하며 법적대응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와 유사한 내용이 김 실장에게 구두상으로 보고된 바 있으며 확인 절차를 거쳐 근거 없는 내용이라고 판단해 의혹의 당사자들에 대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즉 김 실장에게는 문건형태의 보고가 이뤄진 것이 없고, 구두로 보고된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인 셈이다.

 특히 문건에서 `비서 3인방'으로 지목된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은 이날 오후 손교명 법률 대리인을 통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세계일보를 상대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키로 했다.

 또 동향보고 문건 작성의 당사자로 지목된 청와대 전 행정관 A씨에 대해선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현재 서울의 모 경찰서 과장으로 재직 중인 A씨는 휴가를 낸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연합뉴스의 잇단 통화시도에도 불구하고 연락이 닿지 않았다.

민경욱 대변인은 공식브리핑을 통해 "오늘 세계일보에 난 청와대 관련 보도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며 "보도에 나오는 내용은 근거없는 풍설을 모은 이른바 찌라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이 보도 내용을 토대로 정치 쟁점화에 나설 경우 문건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연말정국에 상당한 파장을 던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국회 운영위의 긴급 소집을 요구하는 한편, 당내에 박범계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을 구성하는 등 이번 일을 적극 쟁점화할 태세다.

 아울러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에 대한 수사가 본궤도에 오를 경우 문건의  성격,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등을 놓고 치열한 법적 공방과 정치적 논란이 더욱 가열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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