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유도 위해 구체적 감액 기준·징계 기준 필요

정부 교부세 감액·공무원 신분상 조치 방침
충북도의회 야 “폐지 가닥”…여“입장 보류” 엇갈려

 
정부가 현행법상 위법인 지방의원 재량사업비 편성에 대한 재정상·신분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이나, 이에 따른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이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의 폐지 지시에도 지방의회 내부적으로 찬반 양론이 엇갈리면서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어 재량사업비 폐지 유도를 위한 제도적 강화가 필요하다.

감사원은 2012년 일선 자치단체들이 지방의회 요구를 반영, 위법적으로 편성해온 지방의원 재량사업비 폐지를 지시했다.

감사원은 지방재정전정성 감사를 통해 명확한 근거도 없이 지방의원 1인당 일정액을 재량사업비 명목으로 선심성 예산을 편성하는 일이 없도록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이같은 재량사업비가 지자체장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계획적이고 균형적인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등 지방재정법과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에 위배되는 만큼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은 이같은 의견을 행정자치부에 통보, 행자부는 일선 지자체에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통보한 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공무원에 대한 신분상 조치와 교부세 감액 등 재정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시달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 지방의회들은 재량사업비를 폐지했으나, 충북도를 비롯해 강원·충남·전남·제주 등 5개 광역의회는 여전히 재량사업비를 위법적으로 편성해왔다.

올들어 충남도에 이어 충북도가 재량사업비 폐지 방침을 정해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하지 않자, 충북도의회 등 해당 지방의회가 반발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시책사업 추진에 따른 예산 의결 권한을 지니고 있는 지방의회의 이같은 재량사업비 존치 요구를 거부하는 것이 정치역학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만큼, 재량사업비 편성시 재정상·신분상 불이익 기준을 구체화해 지방의회의 재량사업비 편성 요구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명확한 불이익 기준이 없다보니 지방의회들이 지자체의 재량사업비 폐지 방침에도 직·간접적인 압력을 통해 재량사업비 편성을 요구하는 상황을 감안, 지자체의 재량사업비 폐지를 정당화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충북도의회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재량사업비를 정부가 위법으로 규명하고 있는 데다 비판 여론이 높은 만큼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도의회 새정치연합 최병윤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 10명 중 1~2명을 제외하곤 대부분 재량사업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며 “도의원들이 주민숙원사업을 파악, 집행부에 예산 편성을 건의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반면 도의회 새누리당 임병운 원내대표는 “내부적으로 재량사업비 폐지 여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며 “새정치연합 측에서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은 새누리당 측에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정치적 계산”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도의회 내부적으로 재량사업비 폐지에 대한 의견이 도출되지 않는 데다 여야간 신경전을 앞세운 책임 공방만 치열한 점도, 재량사업비 위법 편성에 대한 명확한 불이익 기준 마련의 필요성으로 제기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재량사업비 위법 편성에 대한 불이익 기준을 구체화할 경우, 지방의회가 집행부의 불이익 감수까지 요구하며 재량사업비 편성을 주문하기는 정치적으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집행부에 재정상·신분상 불이익을 초래할 경우, 이에 따른 책임을 자신들이 져야 한다는 점에서 지방의회의 재량사업비 위법 편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명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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