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름을 딴 제목이 재치 있고 유쾌하다. 책에 실린 따스하고 감성적인 글편은 독자들의 성글고 거칠어진 가슴을 어루만지며 촉촉이 스며든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듯, ‘억수로 좋은 날’이다.

심억수 수필가(충북중앙도서관 열람과 주무관)가 최근 시가 있는 수필집 ‘억수로 좋은 날’을 발간했다.

시집 ‘물 한 잔의 아침’, 수필집 ‘여물지 않은 곡식은 버려진다’에 이은 세 번째 책. ‘선물’, ‘조약돌의 노래’, ‘아버지’, ‘문학과 나’ 등 4부로 나뉘어 44편의 수필이 담겼다. 지난 2010년부터 그가 지역 일간지와 문학지 등을 통해 발표해 온 글들과 강연 원고 등이 실려 있다.

저자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걸어온 내 삶의 이야기를 이제 희망을 품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젊은이에게 들려주고 싶다”며 “멀리 돌아온 길, 흙탕물이 고여 있는 길, 가시덤불이 있는 길, 그리고 어디쯤 가면 굽은 길 있고 곧게 바른길이 있는지 그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시가 있는 수필’이라는 형식이 독특하다. 시인이자 수필가인 그는 수필 사이 적절히 시를 배치해 성공적인 협업을 이뤄낸다. ‘선물’에서는 손자가 생겼다는 기쁜 소식에 노천명의 시 ‘푸른 오월’을 들며 아름다운 계절 5월을 찬미하고, ‘나의 전성기’에서는 고은 시인의 ‘그 꽃’을 인용하며,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을 내려오면서 볼 수 있는 지금이 내 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라고 너스레를 떤다. 유명 시인들의 작품부터 자신의 자작시까지 다양한 시들이 수필의 맛을 배가시킨다.

심 수필가는 “인생은 60부터다. 나는 이제 여기에 서서 나만의 샘을 깊게 파 내려갈 것이다. 그리하여 맑고 시원한 물이 사계절 쉼 없이 솟아오르는 그런 샘물을 만들 것”이라며 “사색의 샘을 만들고 평화의 샘을 만들고 희망의 샘을 만들어 누구든지 와서 목을 축이고 힘을 얻도록 남아 있는 계절을 알곡으로 갈무리해야겠다”고 말했다.

김효동 시인(전 충북문인협회장)은 “시의 형식 실험과 수필의 정서 표출이라는 조화되지 못한 두 장르의 화해를 도모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시적 전회”라며 “이 두 장르의 평화스럽고 의젓한 만남은 서로 잘난 체 자기 몫이 더 가치 있다고 버텨나가는 한국문학에서는 더욱 의미있고 유혹적인 사건”이라고 평했다.

저자는 충북 괴산 출생으로 2001년 문예한국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청주문인협회장, 중부문학회장, 충북시사랑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충북,청주문인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예술의숲. 203쪽. 1만2000원.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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