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의 작은도서관에 취재를 갔을 때였다.
커피숍을 연상케 하는 그 도서관은 아파트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신간 위주로 갖춰진 장서들로 벽면은 빼곡했고, 아이들이 편한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따로 갖춰져 있었다. 단돈 1000원이면 바리스타가 내려 주는 아메리카노가 제공됐고, 매주 다양한 무료 강좌와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아파트 작은도서관은 철저히 외부인 출입을 차단하고 있었다. 취재차 이곳을 찾았지만 프리미엄 아파트답게 입구에 들어서는 것부터 결코 쉽지 않았다. 경비원에게 명함을 제시하고 나서야 입구 차단기를 통과해 차를 주차할 수 있었다. 도서관을 찾는 일 역시 여간 어렵지 않았다. 간신히 아파트 한 동의 지하에 위치해 찾는 도서관을 찾았지만 비밀번호를 눌러야만 출입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성역도 그런 성역이 없었다. 비싼 아파트에 살아야 도서관도 좋은 곳을 이용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다소 씁쓸했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도서관을 잘 꾸며 놓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입주민이 이곳을 찾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작은도서관은 아파트의 재산이기 때문에 외부인에게 개방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작은도서관들이 시로부터 도서 구입비나 자원봉사자 실비 등을 지원받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우수교양도서를 제공받으며, 시의원 재량사업비로 도서를 구입하기도 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 논리는 이치에 다소 어긋나 보인다. 위에 언급한 모든 것이 시민들의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장소나 일정 부분의 운영비는 아파트에서 부담하고 있을 것이긴 하지만, 우리 아파트 재산이니 아파트 입주민들만 이용해야 한다는 발상은 참 이기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한 작은도서관 관계자에 의하면 청주, 청원이 통합해 작은도서관이 117곳이 되었지만 실질적으로 이용이 가능한 작은도서관은 그 반수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도서관이 없는 동네에 살다 보니 가까운 곳의 작은도서관이 더욱 절실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점점 많은 아파트 도서관들이 입주민 외의 주민들에게 공간을 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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