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경 출신으로 치안정감까지…‘금녀의 영역’ 개척 평가
“도전의 일상 접고 재충전”…후학양성·재능기부 할 것

▲ 이금형 부산지방경찰청장(오른쪽)이 지난 3일 열린 이임식에서 전창학 부산경찰청 1부장으로부터 기념패를 받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개척자’ ‘도전자’ 이금형 전 부산지방경찰청장에게 자연스럽게 붙었던 타이틀이다. 이 전 청장은 여성의 몸으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여성 최초의 치안정감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여경으로는 세 번째로 총경에 올랐고, 두 번째로 경무관 계급을 달았다. 여성 최초의 치안감에 이어 2013년에는 경찰 창설 68년 만에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치안정감에도 오르며 ‘금녀의 영역’을 새롭게 개척했다. 치안정감은 치안총감인 경찰청장 다음으로 높은 자리. 12만 전체 경찰 중 6명밖에 없는 고위직이다. 군으로 치면 여성이 별 4개 ‘대장’을 달았다는 말이 된다.

“이게 얼마 만에 누리는 여유인지 모르겠어요.”

38년을 경찰에 몸담았던 이 전 청장은 지난 3일 부산경찰청장에서 물러나며 사실상 제복을 벗었다.

이 전 청장은 이날 이임식에서 ”학창시절 화가였던 꿈을 뒤로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뒤 인생의 전부이자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온 지난 38년 세월은 뜻 깊은 날들의 연속”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경찰 직무 특성상 긴장된 업무의 연속과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애환도 많았지만 가족들의 배려와 상하 동료 직원들의 성원으로 업무에 전념할 수 있었다”며 “그렇기에, 치안 사각지대에 있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보람찬 일도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에겐 도전이 일상이었다.

지난 1958년 청주시 운동동에서 5남1녀 중 셋째로 태어난 이 전 청장은 1977년 만 19세 나이에 미대 진학의 꿈을 접고 경찰에 입문(여경 공채 2기)했다. 여러 분야를 거치며 탁월한 실무능력 등을 인정받은 그였으나 특히 아동·청소년, 성폭력 관련 업무에서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2001년 경찰청 여성실 초대실장으로 근무하며 여경기동수사반을 전국으로 확대했고, 성매매 피해여성 긴급지원센터, ‘182’ 실종아동찾기센터 등이 그의 작품이다.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몽타주 요원으로 범인 얼굴만 노상 그리고 다녔고,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임신 사실마저 숨긴 채 토막난 시체 손가락을 닦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바쁜 일과와 승진시험이라는 틈바구니 속에서도 학업에 열정을 보이며 책을 놓지 않은 그는 방송통신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행정대학원에서 ‘비행소년에 대한 경찰의 다이버전 정책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행정학 박사학위도 따냈다.

부산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며 ‘행복마을’ 조성, 지역주민과 함께 ‘범죄예방환경’ 구축 등의 공로로 올해 경찰의 날에 부산경찰청이 대통령 기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38년을 쉼 없이 달려 온 그는 지금을 “재충전의 시간”이라고 표현한다.

“그동안 너무 일에만 치여 살다보니 주위의 고마운 분들에게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됐습니다. ‘시간이 생기니 감흥이 나온다’고 모처럼 생긴 시간에 못 뵜던 분들 만나고, 그동안의 생각과 자료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운동동에서 당숙모와 함께 지내는 어머니 한동복(85)씨를 뵈러 고향 청주도 들린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아직 짐 정리도 끝나지 않았다”며 “지금 당장 어디에서 뭘 하겠다는 구체적인 말을 하긴 힘들지만, 대학 강의와 치안사각지대에 있는 아동과 여성, 노인들을 위한 단체 등에 재능기부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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