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수 취재부 부국장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행복씨앗학교(혁신학교)’의 내년도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충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통과됨에 따라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오는 12일 예정된 혁신학교 선정 결과를 비롯해 앞으로 어떻게 운영될지 등 관심이 쏠린다.
도교육청은 부교육감을 위원장으로 한 ‘선정·평가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공모 신청서를 낸 41개 학교 가운데 10곳을 혁신학교로 지정, 내년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내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10개의 혁신학교와 20개의 ‘혁신학교 준비학교’를 지정, 운영할 계획이다.
배움 중심의 수업혁신이 일어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운영 등에 연평균 4000만원이 탄력적으로 지원된다. 지역은 농촌형과 도시형으로, 교육과정은 ‘생태중심형’, ‘생활교육중심형’, ‘문화예술중심형’, ‘수업개선중심형’, ‘교육복지중심형’으로 추진된다.
일반학교와 혁신학교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학급당 학생 수다. 4년 동안 운영될 혁신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25명 내외로 조정된다.
현재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27명, 시지역 중학교는 32명, 읍·면지역 중학교는 30명, 일반계고등학교는 28~36명, 특성화고등학교는 25~34명이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만큼 교사와 학생 간 소통의 기회가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교사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겠다는 게 혁신학교의 핵심 내용이다.
김 교육감은 그동안 교사들이 수업 이외에 각종 평가 준비 같은 잡무에 파김치가 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학생들을 돌봐야 할 시간에 불필요한 잡무를 하는 바람에 학생들에게 그만큼 신경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무실무사와 전문상담사, 사회복지사, 사서 등을 우선 배치하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업은 입시와 시험을 위한 지식 측정만 아니라 비판적 사고력, 문제 해결능력 등을 키우기 위한 방식으로 확 바뀐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과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배움이 즐겁게 하겠다는 것이다.
혁신학교 교장이 교사 정원의 50% 이내에서 우수 교사를 초빙할 수 있고, 교과별 연간 수업시수의 20%를 늘리거나 줄여 운영할 수 있는 자율학교로 운영토록 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은 이 같은 시스템이 완벽히 갖춰지면 보수 진영에서 우려하는 혁신학교의 학력 저하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학교가 아이들을 마냥 놀리는 것 아니냐’,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내버려두는 게 아니냐’는 게 보수 진영이 우려하는 것인데 혁신학교가 제대로 운영되면 이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북에선 혁신학교가 운영된 적이 없어 아직은 그 성과나 문제점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
학교를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만은 안은 일이다. 그동안 거창하게 시작됐다가 마무리가 흐릿해진 일을 수없이 보았다.
금방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중도에 교사들이 지칠 수도 있다.
모든 일을 교사들에게만 맡겨 둘 수도 없다. 학부모들의 지원이 중요하다. 교사와 학부모가 손을 맞잡으면 변화가 빨라진다. 학부모들이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는 교사들에게 힘을 모아줘야 한다.
교육청 주도로 혁신학교가 추진되면 안 된다. 학교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돼야 한다. 교육청은 단지 이들 학교가 원하는 것을 지원해주고 보좌해주는 역할만 해야 한다.
교육청이 주도해서 혁신을 강요하는 구조로 가면 성과를 낼 수 없다. 학교의 자발성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충북 교육이 변화의 시대를 이끌어가는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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