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논설위원, 사회박사)

 

지난주 한국여성재단 주최로 『나는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있었다. 이 재단은 여성을 위한 민간 공익재단으로 성평등 사회를 선도하는 각종 사업과 더불어 그동안 미혼모와 그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한 영화제작 지원과 미혼모 역량강화사업 등을 지원해왔다. 올해는 미혼모의 삶의 질 향상 지원사업으로 ?2014년 양육미혼모·자녀 건강실태조사?를 최초로 실시하여 도덕적 편견과 사회적 차별이 미혼양육모와 자녀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그들이 우리사회의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어떤 지원과 변화가 필요한 지에 대해 공론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미혼모는 말 그대로 ‘결혼 관계에 있지 않은 엄마’로 미혼양육모와 미혼입양모로 구분된다. 통계청의 출생통계에 의하면 2013년 혼외 출생아 구성비는 2.14%이고, 2010년 어느 가족지원센터의 추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약 19만 명의 미혼모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나라에는 아직 미혼양육모나 미혼입양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가지고 있지 못한 실정이고, 그렇다보니 그들에게 필요한 보호와 지원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형편이다. 게다가 미혼 출산에 대한 우리 사회의 통념과 도덕적 편견은 아직도 너무나 혹독한 편이어서 미혼양육모의 삶을 선택한 엄마들의 용기는 일일이 현실과 부딪치면서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심한 사회적 차별과 낙인으로 미혼양육모들은 극심한 정서적 결핍과 생활고를 겪게 되고 그것은 정신적·육체적 질병으로 이어지며 그 영향은 고스란히 자녀에게 미치게 된다. 또한 처음에는 사회가 그들을 거부하지만 점차 그들이 사회를 거부하면서 사회경제적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되고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게 되니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또한 엄청날 것이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동거를 법적인 개념으로 인정하고 있는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와 같은 나라들에서는 전체 출산의 50% 이상이 미혼 또는 사실혼 상태인 여성의 출산이고 미혼양육모에 대한 인식 또한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다.

부모는 결혼에 관계없이 양육에 대한 의무를 져야하며, 부모 중 재정능력이 있는 쪽이 우선적으로 양육과 교육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고, 부모로부터 받는 자녀의 모든 권리와 상속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고 한다. 우리가 굳이 그들의 출산경향까지 따라할 필요는 없겠지만 미혼출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입양보다는 양육을 택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도 늦지 않게 혼자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법적·제도적 부양여건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어느 미혼모 카페의 글처럼 아빠 없이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이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낙태가 태반인 현실에서 생명을 지켜내고 입양 대신 양육을 선택한 엄마들이 손가락질을 받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들의 소망은 결혼은 안했지만 자기가 낳은 아이를 지키며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신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가장 어렵고 힘든 과정인 임신과 출산을 혼자서 감당하면서 불안한 심리상태와 낮은 자존감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정상적으로 다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단기적인 양육 지원뿐만 아니라 정서적 지원을 포함한 장기적인 지원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2014년 여성가족부의 4대 핵심과제 중 하나는 ?다양한 모습의 가족이 있는 그대로 행복한 사회?고 그 실천과제 중에는 ?미혼모 등 한부모가족의 안정적 생활지원?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여가부는 10월 14일 국무회의에서 관계기관(여성가족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통계청) 합동으로 『한부모(미혼한부모 포함) 자립 역량강화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여가부, 교육부, 국토부가 양육비, 교육비, 주거비 등을 각각으로 지원해왔으나 이번에 미혼모를 포함한 한부모가족의 경제적 자립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취업·양육·주거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대책을 세운 것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찾아가는 취업성공 패키지 지원, 학업중단 미혼모 교실형 대안교육 서울지역 시범 실시, 기초수급자 선정기준 완화, 임대주택 배정 확대, 전용 전화상담 창구 개설 등이 있는데 중요한 것은 미혼 한부모의 경우는 일반 한부모의 경우에 더해 출산 전 임산부에 대한 건강관리, 출산 후 역량강화를 통한 자주력 회복, 육아에 필요한 부모교육 등의 지원체계가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것은 미혼양육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구시대적 인식을 개선하는 일이다. 가족의 다양성은 반드시 존중되어야 하고 미혼양육모 가족이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모두가 행복한 사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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