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의원총회서 논란끝 폐지 결정

소모적 논란으로 행정 혼란 초래 비난
도의회 신뢰성·정당성 실추도 자초

현행법상 위법인 재량사업비 존치를 요구해왔던 충북도의회가 거센 비난 여론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도의회는 9일 의원 총회를 열고 재량사업비 존폐에 대한 논의를 벌인끝에 내년부터 집행부에 재량사업비 예산 편성을 요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언구 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소규모 주민 숙원사업비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이 의장은 "예산 편성권은 전적으로 집행부의 고유 권한"이라며 "내년도 소규모 주민 숙원사업비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집행부와 사전 협의하거나 논의한 일은 없다"며 "충북도는 도의원들이 지역 활동을 통해 발굴한 지역 현안사업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추진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부탁했다.

이와 관련, 도의회는 현행법상 위법인 재량사업비 예산 편성을 하지 말라는 정부의 지시에 따라 충북도가 내년도 예산안에 재량사업비를 반영하지 않자 재량사업비 존치를 요구하며 집행부를 압박해 왔다.

도의회 내부적으로도 재량사업비 폐지는 시대적 흐름이란 주장이 제기됐으나, 상당수 의원들이 재량사업비 존치를 지속 요구하는 바람에 결론 도출에 난항을 겪어왔다.

이들은 폐지 여론이 비등한 의원 재량사업비 존치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존치 필요성 해명을 위한 사용 내역 공개 등은 외면, 재량사업비 사용을 둘러싼 의혹 확산만 자초해 왔다.

더욱이 재량사업비는 현행법상 위법으로 정부에서도 편성을 제한하고 있는 데도, 이를 요구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 등 당위성을 제시하지 못하는 등 ‘생떼’만 부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는 이들이 사용한 재량사업비에 대한 사후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예산 사용에 대한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하면서 재량사업비가 법규에 어긋나게 사용되거나, 수의계약을 통한 특혜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역주민숙원사업 해결 등을 위해 재량사업비 존치가 필요하다면 자신들이 어떤 주민숙원사업 해결을 위해 얼마나 썼는지부터 공개, 정당성 입증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재량사업비 존치를 주장하면서도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못하는 것은 재량사업비의 편법 또는 위법 사용이나 사용 내역을 둘러싼 비리를 숨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만 부풀리는 것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또 정부에서 현행법상 위법으로 규정, 지자체에 재량사업비 편성 금지를 지시한 상황에서 재량사업비 존치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막무가내로 존치만 주장하고 있다는 비난도 팽배했다.

충북도가 재량사업비를 폐지하는 대신, 도의원들이 주민숙원 사업 예산편성을 건의하면 이를 수용하는 행태로 전환하자는 합리적 대안을 거부한 채 재량사업비 편성을 요구하는 데에는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자초해 왔다.

이처럼 도의원들의 재량사업비 위법 편성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 데다, 현행법상 위법으로 규정된 상황에서 도의회는 재량사업비 폐지라는 예정된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도의회가 재량사업비 폐지의 당위성을 외면한 채 소모적인 논란만 거듭하면서 행정 혼란 초래는 물론 도의회에 대한 신뢰성만 스스로 실추시켰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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