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논설위원 / 사회학박사)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아시아 동남부의 인도차이나 반도와 말레이 군도에 위치한 나라들의 지역협력기구로 1967년 설립되었다. 설립당시에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타이 등 5개국으로 시작되었으나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가 추가되어 현재는 10개의 회원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세안은 그동안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 및 사회·문화 발전을 가속시키고 평화와 안전을 추진해 왔으며, 마침내 내년 말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3개 영역을 포괄하는 단일 공동체로 출범함으로써 6억 이상의 인구와 약 3조 달러 규모의 GDP를 가진 거대 단일시장을 형성하게 된다.
우리나라와 아세안은 식민주의와 빈곤이라는 고난의 시절을 공유해온 탓인지 1989년 대화 관계 수립 이후 그 관계가 빠르게 진전되어 왔다. 이제 아세안은 우리에게 제2의 교역파트너이자 투자대상이고 한류열풍의 중심지이자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의 고향이며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그야말로 우리의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시점에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12월 11-12일 부산에서 개최되고 있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한국과 아세안간의 대화관계 수립 25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신뢰 구축’과 ‘행복 구현’을 주제로 우리나라와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이 모여 한국과 아세안의 협력관계와 기후변화, 재난대응 등의 국제안보 이슈를 논의한다.
특히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부대행사로 12월 10-12일에 걸쳐 ‘행복 경영, 행복 여성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글로벌 여성리더포럼’이 열리고 있다. 국내·외 여성 CEO, 임원, 각료, 차세대 리더들이 참여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글로벌 여성들의 성공사례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니 아직도 경제활동 영역에서의 성평등 실현이 미약한 한국이나 아세안 국가들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이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글로벌 여성리더포럼’의 소식을 접하며 필자는 지난 10월 14-18일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관으로 서울에서 개최됐던 ‘제21차 아시아·태평양 여성단체연합(FAWA) 총회 및 국제심포지엄’의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아?태지역 25개국에서 참가한 NGO 여성지도자, 각국의 차세대 여성리더, 결혼이주여성, 관련 전문가 등 800여명이 참석해 ‘아·태 지역 양성평등을 위한 여성의 역량강화’를 주제로 개최됐던 FAWA 총회는 1995년 베이징여성대회의 행동강령과 2000년 UN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채택된 이후 아·태지역 내 양성평등과 여성의 역량강화가 얼마나 성과를 거두었는지를 진단하고, 아·태지역 국가들의 여성운동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향후 이 지역 여성운동의 주요 활동방향을 수립하는 자리였다.
그동안 아시아 지역은 가부장적 사회질서와 여성에 대한 낮은 인권의식으로 양성평등 실현이 특히 어려웠기에 아직도 수많은 여성들이 사회적 편견과 오래된 폐습에 의해 교육과 근로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빈곤과 질병, 폭력과 차별로 고통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아·태 여성들의 당면한 여성 이슈는 여성폭력 근절, 여성인권 증진,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 여성 고용률 제고, 여성의 교육기회 확대 등이다. 그들은 FAWA 총회를 통해 여성의 잠재력과 가능성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줘야만 모두가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데 함께 뜻을 모았고, 아·태지역의 여성들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힘을 결집하여 교육과 사회진출에 있어 동등한 기회와 권리를 보장 받고 경제적 능력과 정치적 역량을 확대시킬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이해와 협력을 이끌어낼 것을 결의했다.
내년이면 새롭게 출범하는 아세안 공동체는 다른 중요한 지역 이슈들과 더불어 지역 여성들이 직면한 다양한 여성문제를 해결하고 여성의 역량강화를 통한 여성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어 우리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며, 부대행사인 ‘글로벌 여성리더포럼’이 한·아세안 국가들의 여성에게 동등한 노동시장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개선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모쪼록 한·아세안의 관계가 개발과 경제의 논리에만 편중되지 말고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며, 국가는 물론 성별, 세대, 계층을 초월해 모두가 공존 공영할 수 있는 신뢰와 행복의 관계가 되도록 대한민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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