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종교계 결산

 

올해 한국 종교계의 최대 이슈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이었다.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방한 이후 25년 만에 한국을 찾은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와 치유의 메시지로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앞서 연초에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추기경에 이어 염수정 대주교가 한국인으로서는 세 번째로 추기경에 서임됐다. 불교계에서는 조계종의 내분이 불거졌다.
조계종이 종단 내 법인을 두고 ‘법인 관리와 지원에 관한 법’을 추진하면서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표면화됐다. 보수 성향의 개신교계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위상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대표회장이 교체됐으며 또 다른 교계 연합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서는 일부 반발 속에 김영주 현 총무의 연임이 결정됐다

쭞‘평화와 치유’ 메시지로 큰 울림 남긴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지난 8월 한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더운 날씨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올랐다.
즉위 후 세 번째 외국 방문지이자 아시아 첫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한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은 4박5일, 100시간이라는 방한 기간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공식적인 방한 목적은 윤지충 바오로 등 순교자 124위를 천주교 복자로 선포하는 시복미사 집전과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이었지만 교황은 이 밖에도 방한 내내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을 보듬는 모습을 보여줘 사회에 커다란 울림을 줬다.
교황은 방한 첫날부터 세월호 참사 유족과 장애인, 새터민, 이주노동자 등 사회의 약자들을 만나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특히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네 차례에 걸쳐 세월호 유족을 만나 이들을 위로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교황은 또 세계 유일의 분단국에서 남북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메시지를 많이 던졌다.
교황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평화 추구는 이 지역 전체와 전쟁에 지친 전 세계의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우리 마음에 절실한 대의”라고 말했다.
명동성당에서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며 남북한이 서로 진심 어린 대화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에 나설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교황의 방한은 종파를 초월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가 되라는 이야기는 종교 지도자뿐 아니라 모든 사회지도자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가르침으로 남았다.
이번 방한이 종교 간 화합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편 천주교계에서는 2월 염수정 서울대교구장이 한국의 새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이로써 한국은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추기경에 이어 세 번째로 추기경을 배출했다.
10월에는 한국 천주교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주교회의 의장으로 김희중 광주대교구 교구장이 전임 강우일 주교의 뒤를 이어 새로 선출됐다.
쭞 조계종, ‘법인 관리법’ 두고 내분
불교계에서는 대표적인 선승인 송담 스님이 9월 조계종 탈종을 선언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교계의 존경받는 선승인 송담 스님의 탈종은 조계종의 ‘법인 관리와 지원에 관한 법’(이하 법인관리법) 시행과 용화사 문중인 용주사 주지 선거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비슷한 시기 조계종에서 독립된 위상을 가진 재단법인 선학원 역시 법인관리법에 반발하면서 총무원과 갈등을 빚었다.
불교정화 운동의 모태가 된 것으로 평가받는 선학원은 법인관리법에 대해 종단이 재산권과 인사권 등 재단의 고유권한을 빼앗으려 하는 것이라며 총무원에 제적원을 냈다.
이에 총무원은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에 대해 최고 수위의 징계인 ‘멸빈’ 징계를 내리면서 조계종 승려의 자격과 권리를 박탈했다.
그러자 선학원은 다시 ‘제2의 정화운동’을 선포하면서 현 조계종 집행부를 비난했고 현재까지 선학원 사태는 진행형이다.

쭞 위기의 한기총, ‘구원투수’로 나선 이영훈   
이영훈 순복음교회 담임목사는 9월 보수 개신교계 연합체인 한기총 대표회장을 맡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 목사는 홍재철 전 회장의 잔여 임기를 맡아 2016년 1월까지 한기총을 이끌게 됐다.
이 목사의 대표회장 취임은 한기총의 운영방식에 반발한 회원 교단의 잇따른 탈퇴와 금권선거 논란 등으로 한기총이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는 평가 속에 이뤄져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 목사는 한기총의 설립정신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이탈한 교단의 복귀를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한기총과 함께 양대 개신교계 연합체 중 하나인 NCCK에서는 현 총무인 김영주 목사의 연임이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 김 총무가 임기 종료 전에 정년을 맞게 된다며 연임에 강하게 반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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