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년회(忘年會)는 연말에 한 해를 보내며 그 해의 온갖 괴로움을 모두 잊자는 의미의 일본식 표현으로 한해를 정리하고 보내자는 송년회(送年會)로 순화해 사용해야 하지만 올 한 해만은 망년회가 더 어울릴 듯하다.
지붕이 붕괴돼 10명이 사망하고 204명이 부상당한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부터 294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된 세월호 참사에 이어 경기 고양터미널과 전남 장성의 요양병원, 담양 펜션 화재사고,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사고 등 올 한해는 ‘안전불감증’이 몰고온 최악의 해였다. 각종 대형 사고로 얼룩진 올해는 정치·경제·사회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울하고 침통한 한 해였다.
정치권에선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여·야간 반목과 대립, 국정혼란으로 이어져 민생경제는 파탄에 이르렀고 국민들의 슬픔과 분노는 극에 달했다. 
최근 연간 200억 원 이상의 매출과 1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하며 충북의 우수중소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한 우량기업은 법인 설립 21년 만에 최종 부도처리 되는 등 경기침체로 인해 중소기업들의 고난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심각했다.    
특히 IMF 때보다 더 힘들다는 자영업자들의 경기 체감온도는 거의 살인적이다. 사회 전반의 침체된 분위기를 대변하듯 크리스마스 캐롤은 이미 거리에서 사라진지 오래고, 연말 회식과 송년회가 간소화되거나 없어지면서 연말특수라 일컫는 소비문화의 흐름도 많이 바뀌었다.
과거 연말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진 단체회식 등으로 식당가에선 예약을 못 받을 정도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었지만 요즘엔 눈에 띠게 손님이 줄어 개점 휴업한 가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과거 없는 현재는 없고, 현재 없는 미래도 없다. 과거의 잘못을 거울삼아 그 잘못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지금 바로잡아야 아름다운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 2015년은 청양의 해로 사건·사고로 더럽혀지고 경기침체로 찢겨진 2014년의 달력을 깨끗이 걷어내고 양처럼 새하얀 도화지에 청색의 신선함과 깨끗함으로 새롭게 채워나가는 을미년 새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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