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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60달러선 붕괴
국제유가 60달러선 붕괴
  • 동양일보
  • 승인 2014.12.1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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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텍사스산 원유 6년만에 배럴당 59.95달러 기록
▲ 국제 유가 하락으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휘발유 가격이 ℓ당 1400원대인 주유소가 등장했다. 11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평택시흥고속도로변 한 주유소 가격 안내판에 휘발유 가격이 1498원이라고 적혀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 “내년엔 더 힘들 것 같다” 전망

국제유가가 60달러선 붕괴를 눈앞에 뒀다. 국내 산업계는 업종별로 어떤 여파가 미칠지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분주하다.

11일(현지시간) 거래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59.95달러로 6년여 만에 심리적 저지선이던 60달러 밑으로 내려앉았다.

국내 도입 원유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61.76달러로 60달러선 붕괴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계에 따르면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의 특성상 유가 하락은 큰 틀에서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호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증권가 분석으로는 유가 하락과 실적개선의 상관관계가 반대 방향으로 나타나는 사례도 많아 업종별 득실계산이 복잡한 상황이다.

●항공·해운업계 실적개선 기대

직접적으로 원유를 쓰는 항공업계는 유가 하락의 수혜가 분명한 업종이다. 공유 가격 하락에 따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뚜렷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대한항공은 연간 유류 소모량이 3200만 배럴로, 유가가 배럴당 1달러만 내려가도 엄청난 규모의 유류비를 줄일 수 있다.

대한항공은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유류비 절감 효과에 힘입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3% 증가한 2407억원을 올렸다.

유가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수혜가 기대되는 항공사들의 주가는 연일 치솟고 있다.

증권사들도 항공주 실적 개선을 점치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전망치를 올려잡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전체 비용 가운데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35∼36%에 이르기 때문에 유가가 하락하면 실적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된다”면서 “원·달러 환율 변수가 있는 상황에서 유가가 떨어져 다행스러운데 하락 추세가 당분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도 유가가 떨어지면 연료비가 적게 들어 선박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고, 원유가 쌀 때 미리 사놓으려는 수요가 몰려 유조선 발주물량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을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가계소비 확산 기대

자동차업계는 최근 급격한 유가 하락이 전반적으로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를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자동차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유류비 감소에 따라 마진율이 높은 중대형 차급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10월 자동차 판매가 유가 하락세를 타고 6% 증가했다. 특히 연료를 많이 소비하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픽업트럭의 구매에는 유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반면 친환경차 수요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쳐 시장이 다소 위축되는 경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유가 급락으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러시아와 중동 등 산유국 시장은 경기가 둔화돼 해당지역 자동차 수출이 된서리를 맞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유가 하락의 명암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하락세에 장단을 맞추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판매 전략을 수립하고, 일관된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 타격…전자업계는 관망

정유사들은 원유와 석유제품 재고평가 손실이 직접적으로 영업수지에 타격을 준다.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1∼3분기 9711억원의 대규모 적자로 영업이익률 -1.1%를 보이고 있다.

정유4사의 연간 적자규모가 사상 처음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60달러선 붕괴가 현실로 닥치자 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힘들었는데 내년에는 더 힘들 것 같다”며 “상반기는 저유가 상태가 계속되고 하반기에 최대한 회복을 해야할 텐데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태”라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국내 정유사들은 실적악화에 따라 사업·조직 통폐합, 인력 구조조정, 예산 삭감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업체마다 10∼20%의 사업부 축소를 단행했고 예산도 20∼30% 삭감했다.

조선업계도 유가 낙폭이 과다하면 해저에서 채굴하는 원유의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고 관련 투자가 줄기 때문에 해양플랜트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역별로 유전의 채산성 기준이 되는 손익분기점이 달라 대형 유전은 크게 영향이 없을 수도 있지만, 중소형 유전은 ‘개점휴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조선업계의 관측이다.

전자업계는 운송비나 공장 유지비 등이 절감되지만,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건 없어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소비 심리가 살아난다면 IT모바일 기기와 가전제품 판매량 증가에 촉매제 역할을 할 걸로 본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해외에서 들여오는 철광석·유연탄 등 원료 운송비가 인하되면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유가 변동의 영향은 제한적이다.

포스코는 고로에서 발생하는 폐가스를 발전에 이용해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에너지 자급률이 약 70%에 달해 유가 하락으로 인한 영향이 크지는 않은 상태다.

●전문가 “소비진작도 시차 두고 나타난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유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산업계에 전체적으로 플러스 요인이 되는 건 맞다”면서 “하지만 하락세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강 위원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움직임이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분석도 있고, 북미산 셰일오일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며 “유가 흐름이 경제적인 논리가 아닌 정치적·국제역학적 논리에 따라 움직일 수도 있는 만큼 산업계가 안테나를 세우고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강 위원은 “유가 하락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나 구매력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점도 업종별로 체크해야 할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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