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대한민국은 참 좋은 나라다.
툭하면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나라이니.
그것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착각이나 오해나 의도적 가공을 통해 만들어진 날조라 하더라도 아무렇게나 떠들 수 있는 나라다.
최근 종북 논란을 빚고 있는 신은미·황선 토크콘서트가 대한민국 곳곳에서 열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은 말한다. 자신들이 콘서트를 여는 이유는 “직접 가서 보고 경험한 북한 동포들의 다양한 생활과 생각을 알리는 것이 현 정부의 통일정책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라고.
그들의 말대로라면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자신들의 경험 하나가 대한민국 통일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착각이든, 망상이든, 허상이든 그런 생각을 하는 건 그들의 자유다.
그들이 북한을 방문해서 보고 느낀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보고 느낀 것이 맞다고 주장하는 것도 생각의 자유다.
또 그런 자신들의 생각을 말하는 건 표현의 자유다. 그들 말대로라면.
그렇다면 그들의 발언에 대해 비난하고 비판하는 것도 역시 자유여야 한다.
자신들의 생각과 경험을 아무런 제약없이 말하는 게 표현의 자유라고 한다면, 자신들에 대한 비난과 비판도 표현의 자유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자신들을 비판한 언론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했다.
그들은 또 자신들에 대한 종북 논란을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로 규정, 유엔인권위원회와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기구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정상들에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그들은 “우리 사회에선 표현의 자유가 선별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냐”며 자신들의 콘서트를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한 사람들이다.
자신들의 경험 하나가 대한민국 통일정책을 좌우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나, 자신들에 대한 비판 여론을 국제사회가 심도있게 고민해야 할 국제적 인권 사태로 확대해석하는 그들의 뇌구조가 말이다.
그런데 자신들에 대한 비판과 비난에 대해선 그러한 착각과 확대해석이 적용되는지 않는지 묻고 싶다.
자신들의 말대로라면 누구나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맘대로 말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자신들의 콘서트를 본 사람들이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왜 명예훼손이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되는지 납득할만한 해명과 논리적 반박이 뒤따라야 한다.
그저 명예훼손이고 마녀사냥이라는 추상적인 말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신들에 대한 비난과 비판은 절대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그것은 명백한 범죄라는 인식은 표현의 자유가 선별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논리다.
자신들이 강조하는 “표현의 자유는 선별적으로 적용해선 안된다”는 주장 자체를 스스로 배척하는 모순이다.
예컨대, 그들이 말하는 ‘선별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표현의 자유’를 우리 사회에 다른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한다면, 음란물 표현·전파, 허위사실·유언비어 유포, 명예훼손, 모욕과 모독 등을 처벌하는 현행 법규는 모두 폐지돼야 하는 악법이다.
그들의 발언에 분노해 무력을 행사한 한 고등학생도 처벌해서는 안된다.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마음대로 표현 못하게 하는 법이니 말이다.
그들 논리대로라면 표현의 자유인 이러한 것들이 법에 저촉돼 처벌받는 이유는, 선별적인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국민 법감정과 사회 질서, 가치관과 이념 등 표현의 자유보다 우선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해도, 사회 질서와 가치관을 해치거나, 국민에게 해악적 파장이 우려되거나, 국익과 국가 영위 목적에 반하는 행태는 표현의 자유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당위다.
그렇게 북한이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면, 굳이 북한 밖에서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떠들지 말고 여생을 직접 그 곳에 살면서 “이렇게 살기 좋은 곳에 살고 있다”고 선전하면 될 일이다.
그렇게 좋은 곳을 두고 자신들의 인권이 침해받고,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나라에서 살려하는가.
지금이라도 후회하지 않으려면 당장 ‘김정은 체제 하에서 참으로 다행스러운 북한’으로 가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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